[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신3저` 지속되면 외국인 얼마나 들어올까?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가는 지난해 7월 기록했던 147달러에 비해 무려 76%나 급락했다. 또 지난 1년 동안 금리와 원화가치도 최고 수준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단순히 세 변수의 하락폭만으로 본다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3저 현상이 나타나면 우리 경제는 '골디락스' 시대가 전개될 만큼 큰 도움이 된다. 골디락스 경제란 어느 배고픈 소녀가 숲속에서 가다 곰이 차려놓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먹기에 가장 좋은 음식을 먹었다는 영국의 전래동화에서 유래된 용어로,저물가 하에 고성장하는 이상적인 국면을 말한다. 특히 증시에는 외국인이 많이 들어와 주가가 크게 오른다. 대표적인 예가 198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 3저 현상으로 경기는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 불릴 만큼 골디락스 국면이 지속됐다. 증시도 외국인이 많이 들어와 코스피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서 처음으로 네 자릿수대 시대를 열었다. 이 때문에 최근 3저 현상이 다시 나타남에 따라 어려운 경제에 한 가닥 희망의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증시에서도 지난해 12월 이후 외국인들이 순매수세로 돌아선 요인 중의 하나로 3저 현상과 연계시키는 시각이 나타나고 있어 그 실체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3저 효과가 크게 나타나려면 경제와 기업의 수익이 가격변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천수답 구조가 유리하다. 1980년대 후반 3저 효과가 크게 나타난 것은 당시 주력 산업이 원유 다소비형의 중후장대한 제조업이었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하면 곧바로 경제 전반에 혜택을 줬다. 또 기업의 부채비율이 평균 300%를 웃돌아 금리가 내리면 수익개선에 직결됐다. 대부분 수출상품도 가격과 환율에 의존해 원화가치만 약세가 되면 경쟁력이 개선됐다. 세계 경기도 활황을 보여야 3저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1980년대 후반 세계경제는 연평균 성장률이 5%에 달할 만큼 호황 국면이 장기간 지속됐다. 특히 우리의 수출 비중이 높았던 일본이 막강한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경제를 이끌 만큼 경기가 좋았던 것이 3저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였다. 이번에는 세계 경기부터 안 좋다. 대부분의 예측기관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크게 하회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는 경착륙이 우려될 정도다. 경제와 기업의 수익 구조도 바뀌었다. 1980년대 후반과 달리 경제구조는 IT(정보기술)와 같은 원유절약형산업의 비중이 높아진 대신 자동차 사용대수 증가 등으로 유가가 기업보다 가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또 기업의 부채비율은 80% 내외로 개선된 데다 수출상품도 품질 기술 디자인 등과 같은 비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금리와 원화가치가 낮아졌다 하더라도 비용과 경쟁력 개선효과는 종전만 못 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올해 유망한 국가로 한국을 꼽고 지난해 12월 이후 외국인들이 돌아오는 것을 일부 시각처럼 3저 현상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오히려 외국인의 과도한 이탈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원화약세 폭이 컸던 만큼 저가메리트와 환차익을 겨냥한 전형적인 포트폴리오 면에서 유리한 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더 합리적이다. 따라서 올해 외국인 자금은 '먹튀' 성격이 짙어 금융위기 진전과 우리 경제여건에 따라 유출입이 빈번한 과정에서 주가와 환율이 오르내리는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어느 해보다 위험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윔블던현상' 줄어야 '한국인 버핏' 나온다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2009 한국 증권·금융시장 9대 트렌드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새해에는 '비관적 예측' 빗나가야 하는데…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문고리 정책' 확산으로 유동성 장세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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