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여성] 라파엘로―라 포르나리나
연인을 바라보는 라파엘로의 뜨거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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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2003763
라파엘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 예술을 부흥시킨 3대 거장으로 꼽힌다. 잘생긴 데다 인간적 매력이 있었으며, 결점이라곤 찾을 수 없는 천재적 솜씨 덕에 수많은 추종자들에 둘러싸여 추앙받는 신과 같은 호사를 누렸다. 모차르트가 그랬듯이, 마치 하늘의 시샘을 받은 것처럼 37세란 젊은 나이에 요절한 것까지 천재 예술가의 전형과도 같은 삶을 살았다.
그의 작품은 섬세하고 우아한 르네상스 고전주의 예술의 표상으로 평가된다. 감성이 풍부하게 전이된 자연과 이지적이고 균형감 있는 인물 묘사가 융합돼 ‘회화예술의 완벽함’이란 어떤 것인지를 알려준다.
말년에 라파엘로는 그간의 경건하던 화풍에서 벗어나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느낌의 작품을 남겼다. 이를 두고 혹자는 도덕적 타락이라 비난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라파엘로의 솔직하고 개방적인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며 칭송하기도 하는 가운데 그 갑론을박의 정점에 ‘라 포르나리나(La Fornarina)’가 있다. 여인의 살결과 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생생한 두건, 그윽한 눈빛과 다소곳한 자세는 영락없는 고전적 회화미를 보여준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건 그녀가 속이 훤히 비치는 베일을 두른 채 대담하게 가슴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의 이름은 마르게리타 루티, 아버지가 로마 산타도레아 가두의 빵집 주인이었기에 ‘제빵사의 딸’이라는 뜻의 ‘라 포르나리나’라 불렸다. 라파엘로는 그녀를 모델 또는 시녀로 처음 만난 후 사랑에 빠졌고, 초상화뿐 아니라 ‘시스티나 성모상’, ‘의자의 성모상’ 등 대작의 모델로 삼았다. 요절하기 전에는 그녀 앞으로 막대한 재산을 남기기도 했다.
그림 속 마르게리타의 표정은 라파엘로의 다른 작품에서 느껴지는 고귀함과 우아함보다는 관능적이고 육감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림은 사실을 숨기지 못한다. 당시 라파엘로가 여인을 바라보던 시선과 생각이 그대로 녹아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녀의 왼팔에 끼워진 팔찌에는 ‘라파엘’이란 글자가 보인다. 자신의 이름이 선명한 팔찌를 연인에게 두르게 한 것도 모자라 그림으로 남길 정도였으니, 한마디로 ‘넌 내꺼’라며 점찍어 두는 연인들만의 표식인 셈이다.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예나 지금이나 연인을 향해 자신의 소유라는 걸 분명히 하려는 노력은 변치 않는가 보다. 팔찌와 목걸이, 반지 등 액세서리는 차라리 애교스럽다. 아예 신체 일부에 새겨 넣는 문신도 빈번하니 말이다. 문신은 연예인 등 특수계층이 향유하던 문화에서 이젠 원하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행위가 됐다. 지금은 간편하고 일시적인 스티커식도 있지만, 이런 류의 과시로는 영원한 사랑을 맹세함에 양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영구적인 문신을 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도 있고, 문신을 효과적으로 지우기엔 많은 비용과 흉터라는 후유증을 심하게 앓아야 한다. 또 영혼의 안식처인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마음가짐으로는 다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할 수도 없다.
가장 소중한 물건에 그러하듯, 소중히 여기는 이에게 ‘내 것’이라는 표식을 남기는 것은 무척 만족스러운 일임이 틀림없다. 영구적이어서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연인 간 사랑도 변치 않으면 좋으련만…. ‘철없는 시절 객기로 박아넣었던 사랑의 맹세가 행여 후회로 남지 않으려면, 피부에 남기는 사랑의 증표보다 상대의 가슴과 영혼에 새겨질 표식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 그녀가 나를 이루는 구성품이나 소유물이 아니듯이 말이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 기사입력 2009.04.02 (목) 18:00, 최종수정 2009.04.02 (목)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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