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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의 여성] 윌리엄 홀먼 헌트―레이디 샬럿잔혹한 운명의 소용돌이…

눌재상주사랑 2009. 5. 14. 23:48
[명화 속의 여성] 윌리엄 홀먼 헌트―레이디 샬럿
잔혹한 운명의 소용돌이… 비극으로 끝난 엇박자 사랑
  • 아서왕 이야기에 등장하는 원탁의 기사 랜슬럿을 기억하시는지. 당대의 영웅이었던 그는 비록 전설 속의 인물이지만 많은 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캐릭터다. 계관시인 앨프리드 테니슨의 시를 보면 랜슬럿을 향한 사랑의 열병을 주체하지 못했던 여인 샬럿이 등장한다.

    랜슬럿이 여행 중 샬럿 성에 들러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성에 있던 샬럿은 매우 빼어난 미인이었는데, 어찌나 아름다운 용모를 타고났던지 태어날 때부터 세상을 보면 불행한 운명에 처하는 저주를 받고 말았다. 거울에 비친 광경을 태피스트리로 짜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중, 우연히 거울에 나타난 랜슬럿의 남성미 넘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순간 샬럿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를 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인다. 무엇에 홀린 듯 거울을 밀어제치고 창 밖으로 몸을 내밀어 위대한 기사를 바라본 그녀는 순식간에 잔혹한 운명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 갔다.

    마상시합에서 부상을 입은 랜슬럿을 치료하게 되면서 샬럿의 짝사랑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그가 부상에서 회복되어 떠날 날이 다가오자 이별을 직감한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절망적인 심정으로 고백하였다. 그러나 운명은 그녀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그녀의 지극한 정성의 손길도, 천하 절색의 미모도 이미 귀네비어 왕비에게 빼앗겨 버린 랜슬럿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랜슬럿이 카멜롯 성으로 떠난 후, 샬럿은 그리움과 비탄에 빠져 살 의욕조차 잃고 말았다. 기력이 점차 쇠잔해진 그녀는 갇혀 있던 탑을 떠나 ‘마지막 여행’을 감행하였다. 사공이 없는 배에 홀로 몸을 싣고 랜슬럿이 있는 카멜롯으로 진로를 잡았고 여행 중 세상을 하직했다.

    남들이 보기엔 불륜이었으나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사랑의 열정에 빠진 랜슬럿과 그런 그를 죽음에 이를 정도로 사랑한 샬럿. 모두 비극으로 끝난 그들의 엇박자 사랑은 너무도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렇게 샬럿의 비련은 후세의 예술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19세기 중엽 라파엘 전파로 활동했던 윌리엄 홀먼 헌트는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레이디 샬럿’을 탄생시켰다. 작품 속 소품의 디테일까지 꼼꼼히 신경 쓰는 세밀한 그의 성격 덕에 약간 어지러운 느낌이 들긴 하지만, 샬럿을 둘러싼 비극을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소스를 제공해 준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슬프게도, 한국 여성의 자살률이 OECD 30개 국가 중 최고라고 한다. 한국이 OECD에서 1위를 하는 종목은 왜 다 이런 것들뿐인지 씁쓸할 뿐이다. 이런 심경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건 요즘 동반자살을 택하는 젊은이들로 세상이 떠들썩하다는 것과 이들의 나이가 너무나도 젊다는 것이다. 아직 보지 못한 것, 듣지 못한 것, 겪어보지 못한 것투성이일 텐데, 그리 쉽게 생을 포기해야 했을까. 이들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 ‘마지막 여행’에 동행을 찾는 이유는 자명하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두려움, 온통 좌절만을 안겨 준 세상에서 만나지 못했던 동반자를 만나려는 것이다.

    누군가 다가가 감정을 공유하고 두려움을 이해해 주었다면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인데, 세상에 한 번도 나와본 일 없던 레이디 샬럿처럼 외로움과 고독이 절망으로 변해 삶이 온통 회색으로 보이진 않았을 텐데, 어떻게 죽을까 궁리하는 동안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까를 머리를 맞대며 생각했을 텐데…. 돌아올 수 없는 강으로 떠나는 슬픈 청춘들이 더는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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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09.05.14 (목) 18:00, 최종수정 2009.05.14 (목)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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