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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10] 얼굴 면(面)
눌재상주사랑
2008. 11. 29. 01:45
얼굴에는 이목구비(耳目口鼻)가 다 갖춰져 있다. 그리고 이 구멍새들은 '얼'이 들고 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모든 구멍새는 각각 나름대로 역할이 있기 때문에 서로가 확실히 구분되는 '골'이 나 있다. 그래서 쓰임으로는 '얼', 모양새로는 '골'이라 하여 '얼골'이라 일렀던 것이 오늘에 와서 '얼굴'로 바꿔진 것이다.
얼굴은 역시 코가 중심이기 때문에 코에서 뻗어 오른 이마와 코 옆에 자리한 양 쪽 볼까지를 그대로 본떠 '面'(얼굴 면)자를 만들어 써왔다. 얼굴안에 무슨 구멍새가 많아 얼굴 모양이 이같이 울퉁불퉁한가. 중국의 철학자 왕부지(王夫之)의 수필 '얼굴문답'에 그 해답이 있다.
"입이 코를 향해 '무엇이 잘나 두 구멍을 내 쪽으로 내고 오뚝하게 솟아 있는가'하자, '그대가 음식을 씹는 것은 내가 냄새를맡은 연후에 씹지 않소'라며 대답했다. 또 입과 코가 눈에게 항의하자 눈은 '그대들이 목숨을 유지해 가는 것은 내가 보고 확인을 한 후에야 가능하지 않은가'하며 눈을 찔끔했다. 다시 입·코·눈이 귀를 향해 '하는 일도 없이 넓적하게 생겨 두 볼 귀퉁이에 덩그렇게 붙어있는 걸 이해할 수 없네'했다. 이에 귀가 '내가 다 듣고서 알려 주어야 먹든 말든, 보든 말든 하지 않소'라고 쏘아붙였다. 마지막으로 이목구비가 힘을 합쳐 눈썹을 향해 아래로 내려 올 것을 간절히 주문했다. 그러자 눈썹은 '일을 하고, 하지 않는 것을 무엇으로 가늠한단 말이오. 내가 찡그려 주지 않으면 어림도 없을 것이네'라며 잔뜩 찡그렸다." 그렇다. 생산에 종사하는 이목구비만 중요한 게 아니다. 비판을 거치지 않은 실행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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