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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선의 세계오지 기행]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눌재상주사랑 2008. 12. 23. 02:56

이해선의 세계오지 기행]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 ◇모론다바의 바오바브나무 길.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빙글빙글 돌아가는 일상 속 어느 날 나는 ‘마다가스카’라는 만화영화 한 편을 보았다. 뉴욕 동물원에 사는 네 마리의 동물들이 동물원을 탈출해 희망의 섬 마다가스카르로 떠나는 얘기였다. 영화 속 동물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영화를 본 후 인터넷 검색창에 ‘마다가스카르’ 하고 적어 보았다. 아프리카 남쪽 인도양에 위치한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 세계 최대의 바오바브나무 군락지, 그 섬에만 산다는 여우원숭이와 인드리원숭이, 마치 동화책에서 본 듯한 풍경들이 나를 부추겼다. 그곳으로 길을 떠나자며….

    일탈을 꿈꾸던 영화 속 동물들처럼 나도 낙원의 섬 ‘마다가스카르’로 길을 떠났다. 
    ◇마다가스카르 사람들.

    밤 1시, 방콕을 이륙한 마다가스카르행 비행기는 초만원이었다. 자국어와 영어, 그리고 불어로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오랫동안 프랑스 식민지로 살아온 탓이거니 하면서도 불어 방송이 나오는 건 약간 의아했다. 비행시간은 8시간30분이라고 했다.

    수도인 안타나 나리보(Antana Narivo)에 도착한 건 현지시각으로 새벽 5시 반이었다. 안타나 나리보는 줄여서 대개 ‘타나’라 부르는데, 해발 1200m의 고원에 위치하고 있어서인지 날씨가 쾌적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서기 전 작은 강변에 차가 섰다. 강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빨랫감을 들고 나온 사람들이 “살라마!(Salama)” 하고 인사를 건넸다. 안녕이란 뜻이다.

    순박하기 그지없는 그들의 얼굴 생김새가 내가 상상하던 아프리카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리와 같은 아시아계 사람들이었다. 마다가스카르에는 여러 인종이 살고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많은 인종은 메리나족으로, 이들은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한다. 고고학자들은 서기 200∼500년경 인도네시아에서 해류를 따라 이곳 마다가스카르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한다. 마다가스카르의 공용어인 말라가시어도 인도네시아 언어인 말레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요새처럼 생긴 언덕을 중심으로 형성된 안타나나리보 시가지는 프랑스 식민지 때 지어진 건물과 성당들로 마치 유럽 어느 도시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안타나나리보에서 세 시간 남짓 걸려서 도착한 안다시베(Andasibe)는 우리 면소재지 정도의 작은 마을이었다. 일요일이라 거리는 한산했고 예배당 종소리가 한적한 시골 마을의 정적을 깨고 있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만들어진 철길과 역사는 지나는 기차나 승객은 보이지 않고, 아이들과 강아지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었다.

    안다시베 부근에 위치한 한 로지(Lodge)에 여장을 풀었다. 숲 속에 자리한 로지는 여러 채의 방갈로와 통나무집으로 만들어져 동화 속 그림에 나오는 집들처럼 아름다웠다.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이곳에서 운영하는 사설 동물 보호구역을 보기 위해서다.

    작은 강이 천연 울타리가 되어 있는 보호구역은 원숭이가 아니어도 산책하기에 아주 훌륭한 코스이다. 안내인들이 들고 간 바나나 냄새를 맡은 것일까? 어디선가 원숭이들이 그 긴 코리를 뽐내며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우처럼 생긴 긴 주둥이와 밍크처럼 고운 털을 지녀 마치 애완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 영화에서도 저렇게 생긴 녀석들이 콩콩콩 뛰어 다녔지…. 실제로 보니 훨씬 더 귀여웠다. 바나나를 얻어먹은 녀석들은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땅에 내려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몇몇 간 큰 녀석들은 사람들의 어깨 위에 올라앉아 재롱을 피우고 있다.

    살아 있는 여우원숭이 종에서 몸집이 가장 큰 인드리원숭이를 인근 보호구역에서 볼 수 있었다. 이 원숭이를 이곳 사람들은 ‘바바코토(babakoto)’라 부르며 아주 신성시한다고 한다. 높은 나무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인드리원숭이는 마치 판다처럼 보였다. 인간들의 출현에 화가 났는지 옆 나무로 건너뛰어 숲 속으로 사라져 갔다. 팔과 다리가 유난히 길고 꼬리가 없어서인지 마치 타잔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숲에 남아 있는 몇십마리의 인드리원숭이가 지구상의 마지막 인드리원숭이란다. 
    ◇마다가스카르에만 사는 긴꼬리여우원숭이.

    오랜 시간 이 섬에서 살아 온 여우원숭이를 비롯한 희귀 동식물들이 숲의 훼손으로 멸종위기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모리셔스 섬에 살았던 도도새처럼 인드리원숭이도 얼마 후면 우리 곁을 떠날 것이다.

    마다가스카르 서남쪽 해변도시 ‘모론다바(Morondava)에 왔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그 유명한 바오바브나무를 보기 위해서다. 바오바브나무는 전 세계에 여덟 종이 있는데, 아프리카 본토에 한 종, 호주에 한 종이 있고 나머지 여섯 종은 이곳 마다가스카르에 자생한다고 한다.

    해질녘 모론다바 시내에서 15km 정도 떨어진 바오바브나무 군락지를 찾았다. 황톳길 양 쪽으로 높이가 20m도 넘는 바오바브나무들이 하늘을 떠받치듯 그렇게 서 있었다. 나는 목이 아프도록 한동안 바오바브나무들을 올려다보았다. 바오바브나무는 약 20m까지 자라고, 2000년 가까이 살 수 있다고 한다. 거대한 나무들을 거꾸로 쳐박아 둔 것 같은 낯선 풍경에 마치 동화 속 행성에 와 있는 듯하였다.

    ‘한떼의 코끼리를 데려간다 해도 바오바브나무 한 그루도 다 먹어치우지 못할 것’이라던 소설 어린 왕자의 한 대목이 생각나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한떼의 코끼리들 대신 농부들이 마차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바오바브나무 사이로 둥근 보름달이 솟아올랐다. 푸르스름한 달빛을 받은 바오바브나무들이 괴기스런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곳을 찾았던 농부들도, 여행자들도 모두 떠나고 이제 이곳은 어린왕자가 사는 별 B612 행성이 된다.

    여행작가

    ≫여행정보

    방콕에서 마다가스카르까지 가는 직항편이 주 2회 있다. 홍콩에서 모리셔스를 거쳐 들어가는 방법과 홍콩에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를 거쳐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바오바브나무 군락지가 있는 모론다바까지는 수도 타나에서 국내선 비행기가 자주 있다. 기후는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데 비가 많이 내리는 12월에서 3월 사이만 피하면 여행하기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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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08.03.21 (금) 22:20, 최종수정 2008.03.21 (금) 2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