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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속 여성] 들라크루아 - 안드로메다
눌재상주사랑
2008. 12. 29. 13:38
[명화속 여성] 들라크루아 - 안드로메다
아름다움·자만심이 죄… '사슬에 묶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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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이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안드로메다는 영어로 ‘Chained Maiden’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사슬에 묶인 여자’라는 뜻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에티오피아왕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이아의 딸로 무척 아름다웠다고 전해지는 그녀는 어쩌다 사슬에 묶인 여자가 되었을까?
안드로메다 공주는 어머니의 미모를 물려받았고, 이 아름다움은 프랑스의 화가 들라크루아의 ‘안드로메다’라는 작품 속에서 역동적인 터치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런데 카시오페이아 왕비는 미모만큼이나 자만심도 만만치 않아서, 불경하게도 딸의 미모가 바다의 님프 네레이스들보다 뛰어나다고 자랑하고 다녔다. 님프들은 분노했고, 이를 해신(海神) 포세이돈에게 고해 포세이돈으로 하여금 바다괴물을 보내 에티오피아를 파괴하도록 하였다. 케페우스왕은 아연실색하여 신탁을 구했으나, 자신의 아리따운 딸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참담한 답변을 듣게 되었다. 결국, 왕은 민의(民意)를 저버리지 못하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딸을 해변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 놓았다.
불행 중 다행일까, 하늘의 계시였던 걸까. 때마침 페가수스를 타고 날아가던 영웅 페르세우스가 그녀를 발견하게 되었다. 무시무시한 메두사를 물리치고 귀환하는 터라 의기양양했던 페르세우스에게 바다괴물을 무찌르는 건 식은 죽 먹기였을 터. 괴물을 단숨에 무찌른 후, 안드로메다와 페르세우스는 결혼하여 행복하게 오래도록 살았다고 전해진다. 훗날 포세이돈은 카시오페이아와 케페우스가 죽은 뒤에 바다괴물과 함께 하늘의 별자리가 되게 하였다. 이 별자리는 카시오페이아가 의자에 앉은 채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인데, 이는 그녀가 자만심으로 나라를 어지럽힌 데 대한 벌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만심이란 ‘자신이나 자신과 관련 있는 것을 스스로 자랑하며 뽐내는 마음’이다. 자만심은 잡초와 같아 조금만 방심하면 마구 자라나므로, 늘 자신을 낮추어 겸손하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파괴하는 독소가 된다.
특히 국가 지도자에게 자만심은 금물이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는 유력한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버럭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패해 대통령의 꿈을 접어야 했다. 힐러리 패배의 가장 큰 이유로 지나친 과신과 자만심이 꼽히고 있다. 젊은 흑인 정치가에 대한 분석에 태만했고,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것. 힐러리 클린턴은 백인 인텔리 명문 가문, 비상한 두뇌, 탁월한 행정 능력과 입증된 도덕성 등 객관적 자료로 평가하면 흠집 낼 곳이 없다. 그러나 현실이 객관적 데이터에 기초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부시와 고어 대선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원장
요즘 수많은 촛불이 서울 시내를 대낮처럼 비추고 있다. 지도자가 국익을 최우선으로 내세워 이루어낸 협상을 무효라 선언하며 재협상을 하라고 한다. 시위에 참석하는 어떤 사람도 실제로 지도자가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려고, 혹은 국가에 피해를 주려고, 개인의 안녕과 영광을 위해 이같이 협상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아마도 자신이 투표하여 뽑아준 학급의 반장이 학생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학급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성급한 결정을 내렸을 때에 느끼는 일종의 배신감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스스로 내가 가졌던 자만심들에 대해 조용히 돌이켜 보면서, 국민들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국익도 챙길 수 있는 묘수는 없을지 생각해본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원장
- 기사입력 2008.06.19 (목) 22:44, 최종수정 2008.06.19 (목) 2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