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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속 여성]폴 고갱 作 - 언제 결혼하세요?

눌재상주사랑 2008. 12. 29. 13:47

[명화속 여성]폴 고갱 作 - 언제 결혼하세요?
우리 젊었을 때 '결혼은 사랑'이라 말했는데…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쌍춘년’ 신드롬 덕분에 작년 혼인율이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와중에 풍문 하나가 떠도는데, 이혼한 중년 남성 사이에서 국제 재혼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유 있는 ‘돌싱남(돌아온 싱글 남성·중년 이혼남을 지칭함)’들이 굳이 외국인 여성을 배필로 삼는다는 것인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젊은 미혼여성과의 결혼이 상대적으로 쉽고, 재혼으로 생기는 자녀 문제나 유산 배분 문제에서도 부담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보다, 순수를 향한 인간 본연의 욕구가 그 이유일 것이란 생각을 멈출 수 없으니, 필자 역시 중년 남성이기 때문이리라.

이 땅의 중년 남성들은 늘 절망적인 환경 속에서, 답답하고 처량한 젊은 날을 보냈다.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한 가장으로, 무능력한 만년 과장으로 은퇴를 기다리며 죽여온 시간들. 혹시 ‘돌싱남’들은 쳇바퀴를 벗어 던지면서, 타히티의 고갱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프랑스 후기인상파 화가 폴 고갱은 복잡한 가정생활과 재정곤란으로부터의 도피처로 타히티를 선택했다. 문명의 이기로 얼룩진 유럽을 벗어난 그의 심장에 열대의 정적은 아름다운 맥박 소리를 들려 주었다. 그 소리는 그의 예술혼을 타오르게 만들었고 인간 본성에 새로운 눈을 뜨게 했다. 고갱은 이 체험을 자연의 신비감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언제 결혼하세요?’가 그 대표작 중 하나다. 원시적 아름다움이 천진한 타히티 원주민 처녀들의 몸짓에 녹아들어 있다. 일상적 대화 같은 작품의 제목, 다소 촌스럽고 투박한 여인들의 옷차림, 유유자적한 이국 섬의 들녘이 매우 생경하지만, 여인들의 표정에는 알 듯 말 듯 결혼에 대한 설렘이 느껴진다. 귓등의 꽃과 옷깃의 레이스는 그녀들의 순수함과 수줍음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우리 젊었을 때, ‘결혼은 사랑’이라 말하던 그녀들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고갱의 고향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야만적이라 말했다. 고갱의 초반 작품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던 예술가들도 타히티의 원초적 감성에 공감하지 못했다. 결국 고갱은 타히티의 그림을 거의 팔지 못하고 이름을 날리지도 못한 채 1903년 매독과 영양실조로 기구한 생애를 마쳤다.

문명의 이기 속에서는 조명받았으나 순수를 말할 때는 미개인 취급을 받았던 고갱. 혹시 우리는 고갱의 타히티 여인을 아름답다 말하면서, ‘돌싱남’의 외국인 신부를 탐탁잖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돌싱남이 진정 바라는 여인의 모습이 이국의 여인에게서 보여지기에 그런 선택을 할 것이란 결과론적 정답은 무시한 채 말이다.

결혼 상대의 외모, 가족배경, 경제력 등 배우자의 기준을 따지는 우리네의 수많은 잣대들에 대해 타히티의 처녀들은 이렇게 반문하고 있다. “그렇게 따져서 언제 결혼하세요?”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www.brea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