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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 Memo] '퐁피두센터전'·'한국근대 미술걸작선'
눌재상주사랑
2009. 3. 23. 18:10
[미술가 Memo] '퐁피두센터전'·'한국근대 미술걸작선'… 실속없는 블록버스터전 '귀감'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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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들어 서양 거장들을 소개하는 소위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줄을 이었다. 그 중엔 볼 만한 전시도 있었지만, 전시 수준이 관람료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클림트전’도 관람료는 1만6000원으로 역대 최고가이지만 황금빛 색채 등 클림트의 특징을 볼 수 있는 유화는 채 5점도 되지 않는다. 대신 세계투어용 설치작인 베토벤 프리즈와 드로잉, 디지털 디스플레이 등이 전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시장 안에서보다 전시장 밖 아트숍에서 더 많은 클림트 작품을 볼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 주말 서울 정동에서 두 개의 전시가 나란히 막을 내렸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지난 4개월간 열린 ‘퐁피두센터전’은 프랑스 3대 국립 미술관 중 하나인 퐁피두센터 소장품전이며, 3개월간 열린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한국근대미술걸작전’은 20세기 초중반 한국 근대미술의 명작들을 볼 수 있는 전시였다. 각각 38만명과 25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두 전시는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 두 전시는 서양 거장의 전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나름의 의미있는 전시였다.
우선 퐁피두센터전은 백화점식 나열을 벗어나 ‘주제’가 있는 전시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다른 전시와 차별성을 보인다. 퐁피두미술관의 부관장이자 수석 학예연구관인 디디에 오탱제가 ‘천국’을 주제로 지난 2년간 한국 전시만을 위해 특별기획한 결과물이다. 오탱제 부관장은 “니콜라 푸생의 ‘아르카디아의 목자들’에서 영감을 얻어 현대 예술가들에게 낙원의 개념이 어떻게 해석되고 표현되어 왔는지 엮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람객들은 10개의 소주제에 따라 서양 거장들의 작품을 스토리 구성에 따라 감상할 수 있었다. 피카소, 샤갈, 마티스 등 익숙한 20세기 초 유명 거장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주세페의 ‘그늘을 들이마시다’와 같은 현대 설치작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작품의 규모도 작은 유화부터 관람객을 압도하는 미로의 대작까지 다양했다. 이 전시는 미술관 소장품전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근대미술걸작전’은 무료관람제 실시에 따라 관람료는 ‘공짜’였지만 작품 수와 질적인 면에서 풍족한 전시였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80여점의 작품과 삼성미술관 리움, 한국은행, 개인소장자로부터 대여한 150여 작품을 합쳐 모두 232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이는 덕수궁미술관 개관 이래 최대 규모이다. 작가들도 임군홍, 이쾌대, 구본웅,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오지호, 나혜석 등 105명에 이른다. 격변기 한국 사회를 살았던 서양화가의 ‘모던’ 스타일과 자부심이 작품 안에 오롯이 드러났다. 이번 전시는 서양 거장의 전시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우리 근대미술을 대규모로 선보여 우리 근대미술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고흐, 피카소, 클림트 등 서양 거장들 못지않게 우리 근대미술계의 거장들 역시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준 전시였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 기사입력 2009.03.23 (월)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