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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머금은 `神의 축복`… 론강따라 와인이 흐른다
눌재상주사랑
2009. 6. 8. 00:43
태양 머금은 `神의 축복`… 론강따라 와인이 흐른다
●프랑스 最古 와인 생산지 '론'
와인 종주국 프랑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와인 생산지는 보르도와 영어로 '버건디'로 불리는 부르고뉴,
샴페인(스파클링와인)의 고향 상파뉴 등이다. 하지만 와인 생산량이나 역사면에서 이들 못지 않은 와인 천국이있다. 프랑스 남부의론 지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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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동부를 흐르는 론강을 따라 북으로 리옹시에서부터 남쪽의 아비뇽까지 200㎞가량 길게 뻗은 이 지역은 포도밭의 총 면적이 7만9000㏊,연간 생산량은 3억2000만ℓ에 이른다. 보르도 지역(12만㏊ · 5억7000만ℓ)에 이어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와인 생산지다. 부르고뉴는 생산량에서는 론의 절반(1억5000만ℓ),재배면적(2만7000㏊)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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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와인은 햇살이 강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져 '태양의 와인'으로도 불린다. 이 지역의 유명한 포도 산지인 '코트 로티'의 뜻도 '불타는 언덕'이다. 태양빛이 '작렬'한다는 표현이 꼭 들어맞을 정도로 낮에는 눈을 똑바로 뜨고 있기 힘들다.
생산량도 많고 역사도 오래됐지만 론 지역이 보르도나 부르고뉴에 비해 유명세를 덜 탄 이유는 이 지역 와인 생산자들이 자존심이 강해 홍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험한 지형과 척박한 경작 조건에서 그저 묵묵히 와인을 만들어낼 뿐이다. '코트(언덕) 뒤 론' '발레(계곡) 드 론'이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이 지역은 산악 지형이다. 가파른 급경사면에 포도나무를 심기 때문에 테라스를 만들 정도다. 그 모양은 한국의 계단식 논과 흡사하다. 이 지역의 기후 조건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스트랄'.론강을 따라 북에서 남으로 부는 강한 바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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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지역 와인생산자협회인 '앵테르론'의 오렐리 그르예 마케팅팀장은 "시속 130~140㎞로 부는 강바람은 추운 겨울 포도나무의 가치를 쳐내는 농부들의 뼛속까지 파고 든다"며 "5~6월에 부는 바람에 사람들이 눈을 제대로 못 뜨고 옷깃을 여밀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스트랄은 한여름 농부들을 괴롭히는 병충해를 나무에서 말끔히 날려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니 '병주고 약주는 바람'인 셈이다. 이곳 중견 와이너리인 레뱅드비엔느의 피에르 장 빌라 대표의 한마디."보르도는 와인을 팔고,론은 와인을 만든다. " 이 지역 와인 생산업자들의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대변해 주는 말이다.
론 지방의 또 다른 특성은 다양성이다. 이곳은 크게 남부론과 북부론으로 나뉜다. 북부의 토양은 화강암질,남부는 자갈 석회질 진흙 등으로 이뤄져 있다. 토양 성격이 다양하기 때문에 시라,그르나슈,무르베드,비오니에,무스카토 등 재배 품종도 13종에 달한다. 54개 아펠라시옹(원산지)에서 와인을 만들어내는 6000여명의 와인생산자들이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다양성에 기인한다.
론 지역의 대표적인 아펠라시옹으론 남부 '샤토네프 뒤 파프'를 들 수 있다. '교황의 새로운 성'이란 뜻으로 교황이 아비뇽으로 유배됐을 때 붙여진 이름이다. 북부에는 '에르미타주' '코트 로티' 등이 있다. '에르미타주'는 은둔자라는 뜻이다.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던 기사가 잔혹했던 과거를 후회하며 이 지역에 포도원을 일군 것이 시초다. 에르미타주의 '엠 샤푸티에', 샤토네프 뒤 파프의 '오지에',코트 로티 지역의 '이 기갈'은 론의 3대 와이너리로 꼽힌다.
최근 국내에서는 론 지역이 서서히 주목받고 있다.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이라고 알려지면서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한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론 지역 와인을 추천한 영향도 크다. 론 와인은 생산자들을 닮은 듯 묵직한 맛으로 한국의 개성 강한 음식들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오니에로 만든 '생 아망 라 보리 2006'은 꽁치와 절인 토마토,삶은 호박 줄기와 염소 치즈,쇠고기 요리 등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과 훌륭한 '마리아주'를 이뤄냈다. 이 지역에서 아시아통으로 불리는 크리스토프 부디에 소믈리에는 "간장소스나 김치는 육류가 아닌 소스 · 야채류로 뒷맛은 스파이시하면서 신선함이 배어나는 비오니에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아비뇽=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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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05 17:56 / 수정: 2009-06-06 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