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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우의 와인 있는 서재] (22)로제와인
눌재
2009. 8. 28. 00:13
[최승우의 와인 있는 서재]
"딸기, 체리 그리고 천사들의 입맞춤이 느껴진다"
(22) 로제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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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와인의 색상은 포도 품종과 생산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엷은 붉은색부터 핑크,연어,양파 껍질,오렌지,피부색에 심지어 진홍색에 가까운 것까지 있다. '로제와인'은 프랑스어로 '분홍색 와인'이지만 나라별로 블러시와인(blush wine),핑크와인(pink wine),뱅그리(vin gris),로사도(rosado),클라렛(clarette) 등 다양하게 부른다.
로제와인의 역사는 기원전 500년께 페니키아인들이 프랑스 남부 해안 지방에 정착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프랑스 로제와인의 50% 이상을 생산하는 프로방스 지방은 13세기께 부르고뉴 공작을 위한 와인을 생산하며 유명해졌다. 당시는 껍질째 포도즙을 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제일 처음 짠 즙으로 만든 연한 붉은색의 로제와인은 공작과 교황을 위한 것이며,여러 번 짜서 붉은색이 짙어지면 일반인이 마시는 종류로 차별했다. 이런 영광스러운 대접은 몇 세기 동안 지속됐으나,20세기 초반 와인이 국제화되면서 로제와인의 존재감은 급격히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같은 기간 로제와인과 유사한 연한 붉은색의 보르도산 클라레(Claret)는 영국 수출로 전성기를 누렸다. 와인 역사가들은 프로방스의 로제와인이 프랑스 국내용으로만 오래 머물러 진가를 널리 알리지 못한 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
흥미로운 점은 로제와인에 대한 개념이 나라마다 다른 것이다. 최대 생산국인 프랑스에서는 프로방스 지방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과일향에 산도가 높은 상큼한 연분홍색 와인을 의미한다. 특히 연인들의 식탁에 잘 어울리는 사랑이 듬뿍 담긴 와인이다. 그러나 1942년부터 포르투갈에서 생산된 '마테우스(Mateus)'와 '란서스(Lancers)'는 기존의 로제와인과 크게 달랐다. 1960~70년대 국내에도 수입됐던 '마테우스'는 약하게 거품이 있는 감미롭고 로맨틱한 와인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1970년대 초반 미국은 화이트와인의 천국으로,사람들은 화이트와인만 마셨다. 그러나 급증하는 화이트와인의 수요를 충족시킬 청포도가 부족했다. 캘리포니아의 와인 생산자들은 남아도는 적포도 진판델(Zinfandel)을 이용해 화이트와인을 생산하는 모험을 했다. 붉은색이 많이 들지 않도록 즙과 껍질이 함께 있는 시간은 최소화했으나,당분을 알코올로 전환시키는 효모가 쉽게 죽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와인에서는 단맛이 났다. 이것이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미국산 달콤한 로제와인 '화이트 진판델'의 탄생 비화다. 그러나 화이트 진판델의 실제 색상은 연한 분홍빛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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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칼럼니스트 · 여유공간 대표 sowhatchoi@gmail.com
입력: 2009-07-31 17:05 / 수정: 2009-08-01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