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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광의 나도 작가가 될 수 있다 .15] 책쓰기는 엉덩이 힘이다

눌재상주사랑 2009. 9. 26. 14:51

[김태광의 나도 작가가 될 수 있다 .15] 책쓰기는 엉덩이 힘이다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 그는 일본 문학 사상 해외에 가장 많은 독자를 거느린 작가로 꼽힌다. 책 속에는 마라톤을 통해 데뷔 30년을 맞은 자신의 문학관과 인생관, 내적 성찰을 잘 풀어냈다. 책을 읽다보면 하루키는 '왜 많은 운동 중에 달리기를 선택했는가?', '달리기가 그의 소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필자는 독자들에게 그 답을 책 쓰기에 적용하라고 말하고 싶다.

하루키는 '양을 쫓는 모험'을 출간한 뒤 전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는 생업으로 운영하던 재즈바를 처분했다. 그때 그는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자질과 집중력과 지구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다. 선천적인 자질은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집중력과 지구력은 훈련으로 체득할 수 있었다.

그는 담배를 끊고, 밤의 외출을 단념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엄격한 자기관리를 시작했다. 하루키는 책에서 "글을 쓰는 것은 두뇌노동이지만 한 권의 정리된 책을 완성하는 것은 육체노동이다"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책 쓰기는 엉덩이의 힘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오래 책상에 앉아 있고 매일 꾸준히 쓰느냐에 성패가 좌우된다.

하루키는 지구력 기르는 데는 달리기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33세가 되던 1982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한번 이상 마라톤 풀코스를 달려왔다. 83년 그는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마라톤 발상지인 마라톤까지의 풀코스를 홀로 달렸다. 96년에는 호카이도의 오호츠크 해안을 따라 사로마 호숫가를 달리는 100㎞의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했다. 그렇다면 하루키가 끊임없이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젊었을 때 뛰어나게 아름답고 힘 있는 작품을 쓴 작가가 어느 연령대에 접어들어 급격하게 피폐해지는 일이 있다. 문학적 조로, 독특한 피로현상, 문학적 위축, 창작 에너지의 감퇴는 체력이 몸 안의 독소와 싸워서 이길 수 없게 된 결과가 아닐까."

그는 체력적 저하 현상을 피하고 싶어서 달렸던 것이다. 그 결과 지금은 젊은 사람도 당해내지 못할 정도의 놀라운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책 한 권을 쓰려면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책 쓰기는 마라톤에 비유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꿈을 꾸지만 중도 포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자는 하루에 보통 6~7시간을 앉아 글을 쓴다. 강연과 같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런 반복적인 작업을 일주일에 6일 한다. 이젠 몸에 배어 글을 쓰지 않으면 오금이 쑤실 지경이다.

책이나 글을 쓰려면 엉덩이 힘, 즉 체력, 끈기가 가장 중요하다. 부족한 필력을 체력과 끈기로 보충하면 되기 때문이다. 책 쓰기를 떠나 어떤 일이 되었건 체력, 끈기가 부족한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

오병곤은 공저 '내 인생의 첫 책 쓰기'(위즈덤하우스)에서 책을 쓰고 싶다면 기본 테스트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잠시 그의 말에 귀 기울여 보자.

하루에 1시간씩 한 달 동안 글을 써보는 거예요. 이 테스트를 하려면 먼저 하루에 1시간을 구체적으로 어디서 확보할 것인지를 정해야 해요. 즉 언제, 어디서 글을 쓸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하죠. 아침인지 저녁인지, 집에서 쓸 건지 회사 혹은 제3의 장소에서 쓸 건지도 결정하세요. 그런 다음 하루에 1시간은 글만 쓰세요. 30일 동안 매일 1시간씩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일주일에 두 번이나 세 번 쓰면 안 돼요. 매일 써야 해요. 일주일에 하루, 일요일은 쉴 수도 있겠죠. 그렇더라도 30일 중 26일은 채워야 해요.

오병곤은 이 테스트에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 테스트를 하는 동안 자신이 글쓰기가 가능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것. 한 달 동안 매일 1시간 글쓰기는 자신의 재능과 끈기를 가늠하고 글쓰기의 즐거움과 어려움을 맛볼 수 있다. 이 훈련을 소화할 수 없는 사람은 아직 책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 테스트를 함으로써 글 쓸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하루에 1시간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으면 2시간으로 늘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반대로 1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람은 2시간으로 늘리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책 쓰기는 매일 조금씩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 초보 작가일수록 이 말을 명심해야 한다. 책 쓰기는 기교가 아니라 엉덩이 힘이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오병곤의 조언을 덧붙인다.

"하루에 1쪽씩 한 달이면 30쪽은 쓸 수 있죠. 아무 것도 안하면 0에 불과합니다. 30과 0, 이것은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닙니다."

(작가·김태광마음경영연구소 소장) www.kimvision.com, vision_bad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