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재상주사랑 2010. 1. 1. 22:57

머루
김상기 200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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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하순경 대구생명의 숲 회원 여러 명이 상인동 달비골을 택하여 청룡산을 오르며 생태답사를 하였다. 올해는 앞산터널의 공사가 시작되어 파동과 달비골, 범물동 쪽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사람 위주의 편리를 위해 개발도 필요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연환경이기에 보존도 필요하다.
달비골과 청룡산 지역은 도심과 아주 가까운 곳이며 대도시를 끼고 있지만 자연 상태가 잘 보존된 곳으로 산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무척 많은 곳이기에 공사현장의 파헤쳐진 누런 흙의 모습을 보니 아쉬움이 많다. 터널개설로 인한 주변의 환경과 생태 보존에 배려를 하여 최대한 친환경적 개발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평안동산을 우측으로 올라 좌측으로 내려오는데 많은 묘지들의 봉분이 멧돼지들에 의해 파헤쳐진 흔적이 흉하다. 아마도 후손들이 펜스라도 쳐야 할 만큼 심각한 상태였다. 쉽게 말하면 그곳의 많은 묘들은 멧돼지들의 놀이터라고 표현하면 딱 맞을 상황이었다.


8부 능선쯤 올라가니 좀처럼 보기 어려운 머루가 익어가고 있기에 몇 송이를 따서 서로 나누어 맛을 보았다. 머루의 열매는 포도와 거의 비슷하지만 크기가 좀더 작고 잘 익은 것은 달콤했으나 설익은 것은 새콤하여 먹기가 거북했다. 고려가요의 대표적 작품인 ‘청산별곡’이 생각나는지 일행 중의 한 사람이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 얄리 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 라고 즉흥적 암송을 하니 모두가 박수로 답을 한다. 아마도 예전에는 머루라 하지 않고 멀위라 부른 모양이고 자연 상태에서 흔하게 있었기에 머루나 다래를 먹고도 살아갈 수가 있겠다 여긴 모양이다.


야생 산과일의 대표 격인 머루랑 다래는 예전에는 산에서 따서 시골 장터에서 더러 팔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등산을 자주 하는 사람들도 머루나 다래를 맛볼 기회는 드물다 여겨지는데 그간 개체수가 엄청 줄어서 추억으로만 간직할까봐 안타깝다. 머루를 먹은 손이며 입술, 혓바닥에는 머루 과즙의 물이 들었다. 과즙의 색깔이 아주 진하기에 염색용으로도 좋으리라.


머루는 포도과에 속하는 덩굴식물이다 보니 주변에 있는 나무에 스프링처럼 돌돌말린 덩굴손으로 감아 오르며 자란다, 감고 올라갈 대상이 없으면 땅위로 기어서라도 자란다. 바위나 암괴류가 있는 곳, 밭둑이나 골짜기의 덤불 속에서도 번성을 잘 한다. 


생김새에서 보듯 포도와는 친형제나 다름없다. 야생과일인 머루는 산포도로도 불리며 여러 종류가 있으나 모두를 아울러 머루라고 부르는데 그 중에서도 왕머루가 제일 많은 것으로 전한다. 여러 종류의 머루 중에서도 먹을 수 없는 개머루가 있는데 열매의 크기는 일정하지 않고 열매의 색깔도 익어가면서 파랗던 것이 하얗게 변했다가 빨갛게 되고 마지막에는 검푸르게 변한다. 이름으로는 ‘개’자가 붙어서 별 소용이 없다 여겨지나 나무의 수액이나 덩굴은 간 질환에 약용으로 탁월하게 이용되기에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면서 그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머루의 열매는 식용도 하고 술을 담그기도 하는데 머루술은 영양식품의 일종으로 알콜음료에 속한다. 서양의 와인은 우리말로 포도주요 머루는 포도의 토종인 것이다. 머루주는 잘 담근 서양의 와인에 비하여 맛과 향이 뛰어나고 칼슘, 인, 철분 등의 성분이 10배 이상 포함되어 있어 심장질환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분석이 나 있으며 예로부터 보혈제로 널리 알려져 이용이 되어 오는데 인체 내에서의 약리작용이 일반의 포도보다 월등한 머루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해 고지혈증 및 콜레스테롤 저하에도 효과적이므로 개발을 잘 해 간다면 세계의 주류시장에 명주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다른 한편으로 산머루는 포도보다 당도가 높고 암을 예방하는 물질이 5배 이상 많은 점을 들어 지난 2002년 미국의 타임지에 세계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포도에 대한 연구와 재배는 많으나 머루에 대한 연구는 적으며 자연산이 귀하기에 일부에서는 재배를 하여 머루주를 만들기도 한다. 머루와인에 대한 해외의 인지도가 높아져 가기에 세계적인 와인의 제품들과 겨루어도 손색이 없다.


요즈음은 ‘머루포도’라는 종류가 있다. 포도라는 것은 여러 나라에서 자생하는 머루 종류를 나름대로 교배를 통하여 육성한 것으로 그 품종의 수가 매우 많고 품종마다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여름철의 포도가 한물이 가고나면 머루포도의 수확기가 닥친다. 머루포도는 결실기가 늦기 때문에 포도가 끝물일 때 먹을 수 있는 이점을 가지는데 머루와 포도의 교잡종이기에 껍질은 검은 빛이 많고 두꺼워서 머루에 가깝고 당도와 굵기는 포도에 가까우며 달고 비타민이 많아 머루포도를 찾는 이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