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향토음식의 산업화] (25)문경조청
[맛 향토음식의 산업화] (25)문경조청 추운날 따끈한 아랫목 앉아 조청에 찍어먹는 떡맛 못잊어 | ||||||||||||||||||||||
◆전형적인 슬로푸드 문경조청 쌀과 수수, 좁쌀, 옥수수 등 곡식이면 무엇이든 조청 재료가 된다. 마른 쑥대와 삼지구엽초 등 일부 초목도 조청이 돼 오래전부터 한방에서 환을 지을 때 조청 달여내는 방식을 쓰기도 한다. "고두밥이 뜨거울 때 식힌 엿기름물을 부어 줘야 잘 삭아요. 고두밥이 잘 삭아야만 조청이 아주 달게 나옵니다." 문경조청 '새재마루' 김무길(70·문경시 모전동 영풍마드레빌)·김금자(63)씨 부부는 우리 전통 방식 그대로 조청을 달이고 있다.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겸손해하는 김씨 부부가 먼저 엿기름을 내는 방식부터 옛 그대로다. 물에 불린 겉보리를 따뜻한 아랫목에 깔아 싹을 틔운 다음 잘 말려 둔다. 말린 엿기름을 절구로 적당히 부순 다음 채로 걸러서 낸 하얀 엿기름물을 찹쌀 고두밥을 담은 항아리에 부어 8시간 정도 뜨뜻한 아랫목에 두면 밥알이 동동 떠오르는 식혜가 된다. 하룻밤이 새도록 삭힌 식혜를 이튿날 아침 일찍 다시 삼베자루에 담아 짜낸 뒤 달착지근한 물을 가마솥에 넣고 달이기 시작한다. 참나무 장작을 지피는 일은 김씨가, 나무주걱으로 저어 주는 일은 부인이 맡아 5시간이나 쉼 없이 계속해야 한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일은 점심 때가 넘어서야 끝난다. 불을 강하게 지피면 눋기만 하고 제대로 달여지지 않아 은은하게 불을 피워야만 한다. 그러니 시간이 많이 든다. 물이 졸여지면서 가마솥 전체에 거품이 일어나자 주걱 젓는 일이 더욱 바빠진다. 묵을 쑤듯 끈적해지면서 주걱 젓는 손에 힘이 더욱 들어간다. 달여낸 조청을 주걱으로 떠서 비스듬하게 기울이니 주르륵 흘러 내린다. 이를 본 김씨는 아궁이에서 장작을 급히 꺼내 불을 끈다. "이제 다 됐어요." 찹쌀 한말에 엿기름 닷되로 시작해서 꼬박 이틀 만에 조청이 완성되자 그제야 김금자씨는 겨우 허리를 펴고선 싱긋 웃는다. "다섯시간가량 장작불을 때다가 보면 가마솥에서 막이 끼면서 '풀쑥풀쑥' 소리가 나고 거품이 생길때 주걱으로 조청을 떠서 흘려보면 2줄로 똑똑 떨어질 때가 가장 적절한 점성을 가진 조청이 됐다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힘들여 조청을 달이는 일을 김씨 부부는 올해로 30년째 하고 있다. ◆오미자 민들레로 기능성 높여 김씨 부부가 고아내는 조청은 단순히 음식재료로서의 조청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건강식품화를 이뤘다. 다양한 한약재가 가미된 보약에 가까운 한방조청을 개발, 전국에 명성을 떨치고 있다. 올해부터 문경 특산물인 오미자와 민들레, 생맥산을 주원료로 오미자 조청과 민들레 조청을 만들어 내고 본격적인 시판을 준비중이다. 깊은 산골 초막에서 엄선한 재료를 가마솥에다 고아내는 전통 방식에서 문경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상품화에 나섰다. 전통방식에다 현대적 감각도 부가해 새재마루라는 상표명으로 포장재 개발을 끝내고 과학적으로 기능성을 추가하는 연구지원도 마무리 단계다. 새재마루 문경조청의 특징은 한방에서 원기회복의 최고 조제로 치는 생맥산(生脈散)을 가미해 100% 찹쌀을 삭혀 고아내 조청을 만드는 방식이다. 생맥산은 오미자와 인삼, 대추, 맥문동을 주 약제로 '맥이 빠져 있는 상태'를 빠르게 회복시켜 다시 맥이 살아나게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재마루 문경조청은 포도당이 많이 필요한 노약자나 허약자, 수험생을 둔 도시 가정에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힘들어도 조청을 사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더욱 열심히 해야지요. 내가 만든 조청을 열번, 스무번씩 사가는 단골 손님을 대할 때마다 힘들어도 더욱 정성껏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곤 하지요. 허허허." 예순이 지나 일흔에 이를 동안 오직 한 가지만 해 온 김씨 부부는 "신경써 달이지 않으면 약효는 물론이고 오미자의 진한 향도 사라져 버린다"며 약재 넣는 시점과 제때 불끄기가 좋은 조청 만드는 요령이라고 했다. 단맛 신맛 짠맛 쓴맛 매운맛까지 다섯 가지 맛을 내는 오미자 조청은 가마솥에 불을 지피다가 생맥산 한약재는 2, 3시간 뒤에 넣고 오미자는 불끄기 30분 전에 넣어 조금 더 달인후 불을 끈다. 또 독을 풀고 피를 맑게 하는 것으로 알려진 토종 민들레를 달여 쓰는 민들레 조청은 복분자와 구기자, 대추, 쑥을 함께 쓴다. 올해 문경농업기술센터의 시제품 판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내년부턴 심산유곡 청정지역을 찾아 새 시설을 마련해 양산에 나설 참이다. 김용사 인근에 부지를 마련하고 초막과 가마솥을 설치하고 고객 체험장도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 문경대학 창업보육센터 312호(010-5153-2851)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오미자특구와 문경조청 문경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오미자청을 물에 타 마신다. 오미자 차와 오미자 빵을 오미자 조청에 찍어 아침식사를 하고 때때로 오미자 만두나 오미자 한과를 간식으로 먹는다. 퇴근 후엔 오미자 술을 마신다. 온통 오미자다. 문경시청엔 아예 오미자계가 설치돼 있다. 전국 오미자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문경은 국내 최대 오미자 산지로 자리를 굳힌 지 오래다. 문경농업기술센터가 새 소득원으로 산지 지형 특색을 살려 오미자 재배를 권장하기 시작한 지 15년 만이다. 핑크색의 오미자 막걸리와 오미자 조청은 가히 인기 폭발이다. 주변 상주나 예천, 안동, 영주 등 경북지역으로 확산일로에 있다. 막걸리 본연의 흰색이 오미자청의 붉은색과 만나 기가 막히는 핑크색을 연출하는 오미자 막걸리는 색도 색이지만 새콤한 맛이 일품이다.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다. 곁들여지는 새재마루 오미자 조청도 현대 여성들에게 간편 웰빙식품으로 인식되면서 술과 음식 두가지 상품이 자연스럽게 세트화된 셈이다. 오미자는 고혈압이나 뇌졸중 예방, 진해·거담, 청혈, 강정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동의보감에 실려 있는 영약으로 알려져 있고 질리지 않는 맛과 천연의 붉은빛은 상품화의 조건을 다양하게 갖춘 우리 농산물이다. 이 때문에 전통식품 산업화의 가치 있는 소재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매년 오미자축제를 여는 문경시도 단순히 오미자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공식품 개발에도 나서 현재 한과와 소시지, 보리빵 등 30여종의 가공상품을 개발해 두고 있다. 이우식 오미자 계장은 "문경에는 오미자 가공공장이 34개에 달하고 가공식품 매출도 작년의 255억원에서 올해는 3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새재마루 오미자 조청은 오미자 막걸리와 함께 대도시 고객들의 주문이 집중되는 인기 높은 오미자 가공식품"이라고 소개했다. 향토음식산업화특별취재팀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사진·프리랜서 강병두 pimnb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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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2월 26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