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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5)-身

눌재상주사랑 2008. 11. 29. 00:27

 

 

 

 

 

 

 

 

 

 

 

 

 

 

 

 

 

 

몸이란 '모임'의 준말이다. 식물이나 동물은 밝은 것과 어두운 것, 암컷과 수컷, 아비와 어미의 모임을 통하지 않고 이뤄진 생명체는 하나도 없다. 그래서 몸이란 음양의 모임이란 뜻이며, 특히 동물(사람까지도 포함)의 어린 것을 두고 음양 두 사이에서 '어리어 끼었다 나온 것'이라는 뜻으로 '새끼'라고 한다.

하늘이 만물을 덮는 뚜껑이라면, 땅은 만물을 담는 그릇이다. 밝은 것으로서의 양은 생명을 내는 '씨'이고, 어두운 것으로서의 음은 그 씨를 받아 길러내는 그릇이다. 그래서 단단한 뼈는 아버님에게서 빌리고, 물렁한 살은 어머님에게서 빌려 비로소 이 한 몸이 태어나게 되었다고 '회심곡'에서 읊고 있지 않은가?

이런 정황을 극명하게 밝힌 한 글자가 바로 '身'자 이다. 즉 그 어떠한 몸도 몸속에서 자라나 있다가 나올만한 때에 나오는 것이지 몸을 떠나 몸이 나올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담고 있다.

"하나님은 다만 독생자를 이 땅에 내놓으신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 자신을
꼭 닮은 독생자가 다시 독생자를 낳을 수 있는 독생자를 내놓으신 것"이라는 샤르트르의 말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들이 살아가는 동안 하늘의 뜻을 저버리려 들지 않고 하늘과 같은 완전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해 가는 것이다. 때문에 "하늘은 진실 그 자체지만 사람의 도리는 그 진실을 쫓아 끊임없이 찾아가는 것(誠者 天道也 誠之者 人道也)"이라고 '중용'에서 말했다.

내 몸은 부모로부터 얻어진 귀중한 유산이다. "몸을 잘 가꾸어 나가는 것이 부모에 대한 소극적인 보답이다. 적극적인 보답은 이름과 몸을 드날리어 사회에 보람을 안겨주는 것"이라는 말은 형식이 달라지는 경우는 있을지언정 그 줄기는 바꿀 수 없는 진리이다.

따라서 음양의 모임이 곧 '몸'으로, 삶은 음양의 조화 바로 그 자체이다. 죽음은 곧 음양의 분리이다. 그래서 몸을 몸답게 잘 지니는 것이 곧 '몸가짐'인 것이다.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교수)

 

 

2008-01-21 08:17:55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