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포 도 눌재 강 창 모 우리 식구 일곱은 남의 아래채에 살았다. 포도는 샘가 평상위에서, 푸른 그늘아래 매달려 거꾸로 자란다. 평상은 주인집 본 채 뜨락에 맞대고 있다. 여름이면 다섯살박이 여동생이 샘가에서 늘 가는 목에 올려다 보며 침을 삼키느라 울대를 드러내곤 했다. 그 여동생.. ◀문학 및 독서▶/시,수필 산책 2019.10.03
갑사로 가는 길- 이 상보 갑사로 가는 길- 이 상보 지금은 토요일 오후,동학사(東鶴寺)엔 함박눈이 소록소록 내리고 있다. 새로 단장한 콘크리트 사찰은 솜이불을 덮은채 잠들었는데,관광 버스도 끊인 지 오래다.등산복 차림으로 경내에 들어선 사람은 우리 넷뿐,허전 함 조차 느끼게 하는 것은 어인일인가? 대충 .. ◀문학 및 독서▶/시,수필 산책 2018.11.06
송사리처럼..갈겨니처럼.. 송사리처럼.. 갈겨니처럼.. 푸른 밤이 강물인 양 흐르는 시간 달이 하늘에서 빛을 내며 눈부심은 무슨 까닭이 있어서가 아니랍니다 시냇물 맑은 물살 흐름에 갈겨니 송사리들이 햇살을 온 몸에 감고 떠다니는 일은 무슨 뜻이 있어서가 아니랍니다 나도 이처럼 아무까닭없이 잠 깨어나자.. ◀문학 및 독서▶/시,수필 산책 2013.12.20
그리움 호수에 하늘이 담겨있다 눈동자에 하늘이 담겨있다 산모퉁이 숲그늘에 하늘이 내려와있다 하늘은 그리움이다 여름 잎새엔 하늘 내음새가 난다 은어의 살에선 하늘빛 수박내음새가 난다 강낭콩 빛깔이 드리워진 들녘에 하늘빛깔이 포개어져 자욱하다 하늘은 그리움이다 ◀문학 및 독서▶/시,수필 산책 2012.01.20
나목(裸木) 나 목 (裸木) 눌 재 양수 터지며 막 태어난 갓난아일 닮아서 좋더라 쏟아지는 햇살에 드러낸 눈부신 그 맨 모습이 그리 좋더라 여름 잎새 보단 가지가 좋더라 푸성귀 베일에 가리운 가지를 두고 옷 벗은 몸매를 상상해서일까 바람과 연애질하며 겨울과 동서(同棲)하고서 그렇게라도 벗어.. ◀문학 및 독서▶/시,수필 산책 2010.03.04
병문안 평생을 자세하나 흐트러진 모습없이 꼿꼿하게 사시며 자식들에게 허튼 말씀 한번 안한 어른이다. 보름남짓 남은 경인년 음력설을 쇠면 새 나이로 향년 97세이시다. 인생에 있어서 다들 만년은 쓸쓸하다 할 것이지만 장수하는 어른은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처가래야 산하나 두고 물길을 따라 시오리정.. ◀문학 및 독서▶/시,수필 산책 2010.01.25
2009년 은행닢... 2009년 은행닢... 해마다 내 밟던 자취 아래엔 바람이 그림자보다 더 짙은 우수를 쓸어간다 아! 포도(鋪道) 위에 떨어진 샛 노란 은행 잎... 굳은 은행나무 등걸엔 샤갈의 화폭에 줄을 그어대듯 비늘처럼 마치 비늘처럼, 알 수 없는 그 무늬 이젠 어둠으로도, 번지는 빛살로도 표현 할 수 없음.. ◀문학 및 독서▶/시,수필 산책 2009.11.04
정수 精髓 정수 精髓 눌재 바위 틈 옹달 샘물에 두 손을 꾹 찔러 물을 긷습니다 흐르는 물보다도 더 투명한 한 움쿰 물을 긷습니다 방울져 흘러 내리는 촉감을 즐기며 흰 구름 푸르른 하늘 밑둥치에 둥근 나무 끝으로 꾹 찔러 산을 드밀어 봅니다 갈 닢은 죄다 지우고서 떡갈나무 속내에다 마음으로 .. ◀문학 및 독서▶/시,수필 산책 2009.09.14
지리산 종주-천황봉(5) 날씨는 햇살을 받아 이제 양지쪽에서는 하얗고 맑게 개인 대기와 푸른 하늘이 받쳐준다. 산행이 즐겁다.세석평전에서 식사를 하고 나니 산은 기온이 한결 풀렸다. 안개를 벗는 먼 바다가 눈에 가물가물 들기 시작한다. 멀리 바다가 바라다보인다. 아마 사천 이나 광양 쪽이리라. 해안선이 눈부시도록 .. ◀문학 및 독서▶/시,수필 산책 2009.09.13
지리산 종주-북국의 밤,벽소령에서(4) 겨울 산이 담고있는 거대한 그 속내의 정념과 얼음 속에서 산이 읊조리는 음울한 노래를 이해하고 음미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가 된 채, 겨울 산을 찾는 인간은 자연의 내면을 관조하는 기회를 접하게 되지만 이것을 누구나 필설로 표현하는 것이 전부는 아닐것이다. 벽소령 대피소에서는 새.. ◀문학 및 독서▶/시,수필 산책 2009.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