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08/11/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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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은 조조의 둘째아들이다.
조조가 죽고 나서 첫째인 조비가 황제의 자리를 이어받았으나 동생조식이 매우 총명하고 행실도 뛰어날 뿐더러 학문의 깊이와 탁월한 시문으로 조정과 온 백성의 추앙이 대단하였다.
그에 비해 황제인 조비는 덕과 학문이 조식에게 미치지 못하자 자나 깨나 동생에게 황제의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걱정으로 점점 성격이 난폭해져 갔다.
그리하여 결국 조비는 동생조식을 죽여 없애기로 하고 간신에게 물어 한 가지 얼토당토않은 꾀를 내게 된다.
어느 날 만조백관을 불러 모은 가운데 조식을 불러 가로 왈
" 네가 요즘 3푼어치 알량한 재주로 시인흉내를 내면서 똑똑한 척 세상을 어지럽힌다 하니 세상민심이 흉흉하기 이를 때 없다.
오늘 내가 시제를 내어 네 재주를 시험하여 마땅히 그 죄를 묻되 내가 일곱 발자국을 걷는 동안 시를 다 지으면 살고 그렇지 않으면 민심을 어지럽힌 죄로 크게 다스리리라".
"시제는 형제다 " 하며 바로 발자국을 떼기 시작 하였다.
조식은 이미 오늘 형님인 황제로부터 죽임을 면치 못함을 알고 결심을 하고
있었으나 뜻밖에도 자신 있는 시로서 시험을 한다하니 한 가닥 희망을 갖게 되었고 그 일곱 발자국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를 읊기 시작하였다.
이 시가 그 유명한 형제라는 칠보시이다.
煮豆燃豆箕 (자두연두기) 콩깍지로 콩을 삶으니
豆在釜中泣 (두재부중읍) 콩이 솥 안에서 울고 있다.
本是同根生 (본시동근생) 원래 한 뿌리에서 자랐는데
相煎何太急 (상전하태급) 서로 삶는 것이 어찌 이다지도 급할까?.
煮 :삶을 자 燃 :불탈 연 箕 :콩대기 泣 :울 읍 煎 :구울 전
형제라는 시제로서 형제간에 죽이려는 위급한 상황에 직면하여 정말 때와 장소에 기막히게 들어맞는 절묘한 시가 아닐 수 없다.
이 시의 낭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 만조백관이 울음을 터뜨렸음은 물론 황제도 도저히 죽일 수가 없어서 먼 남만(현재 베트남지역)으로 귀양을 보내게 된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조식은 남만으로 가는 도중 아무도 없는 황량한 사막에서 자신의 비탄에 찬 처지를 노래하는데 그 명시가 이 이름 없는
잡시(雜詩)다.
悠悠遠行客 (유유원행객) 멀리 멀리 떠나온 나그네여.
去家千里餘 (거가천리여) 집을 떠나 천리 쯤 이로다.
出亦無所之 (출역무소지) 밖으로 나와도 갈 곳이 없고
入亦無所止 (입역무소지) 안에 들어도 머물 곳이 없네.
浮雲翳日光 (부운예일광) 뜬구름은 햇빛을 가리고
悲風動地氣 (비풍동지기) 쓸쓸한 바람은 회오리를 일으키네...
悠 :멀 유, 아득할 유 餘 :남을 여, 翳 :가릴 예
고립무원의 황량한 사막에서 풀 한포기 이름 없는 벌레 한 마리까지도 그리운 그곳에서 더 이상 표현 할 수 없는 비애와 실망을 안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은 심정을 혼자 노래하고 있다.
천재시인 조식은 고국 위나라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고 아무도 없는 이역만리에서 풍토병으로 젊은 나이에 요절하였다.
[출처] [본문스크랩] 조식의 칠보시 |작성자 청파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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