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증시 `재추락론`과 `재도약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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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해 12월 이후 지속해온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거리면서 이 논쟁이 가열되고 있어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재추락론의 견해는 이렇다.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30% 가깝게 상승해온 코스피지수가 이미 고점을 기록했거나 남은 1분기 중 고점을 기록한 후 다시 하락한다는 것이다. 일부 비관적인 투자자들은 앞으로 주가가 하락 국면에 들어가면 모기지(주택담보대출)사태 이후 기록했던 저점을 깨고 900선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반면 재도약론은 당분간 변동성이 커지는 장세에서 주가가 오르내릴 수 있어도 추세적으로는 이미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는 견해다. 지난 주말 부산에서 만난 한 투자자는 그동안 위기 이후 글로벌 주가와 한국 주가의 모습을 그린 상당량의 차트를 보여주면서 현 정부 집권 기간 안에 또 한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증시가 과연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통계기법상 요인 분석을 통해 현 주가의 결정요인을 보면 대외적으로는 △외국인 자금의 향방 △미국보다 중국 증시 움직임,대내적으로는 △성장률 추이 △경상수지 흑자 여부 순으로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온다.
종전보다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들은 지난해 12월 이후 순매수세로 돌아서 지금까지 그 규모가 3조원에 달한다. 물론 이들이 우리 증시에 투자하는 원인은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이 개선되기보다 지난해 과다 이탈에 따른 저가 메리트와 환차익을 겨냥한 포트폴리오 성격이 강하다.
지난주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거리면서 포트폴리오상의 메리트를 다 따먹으면 외국인들이 떠나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이른바 '먹튀' 논란이다. 이번에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의 주체를 보면 이에 대한 답을 알 수 있다. 종전처럼 투기성이 강한 헤지펀드나 미국계 단기자금보다 미국계 장기자금과 엔화 자금,중국 자금이 주도하고 있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올 들어 중국 증시는 의외로 강하다. 모기지 사태 이후 저점 대비 45% 정도 급등했다. 주 요인은 대규모 경기부양과 신속한 집행 등에 따른 정책랠리 성격이 짙지만 '미국이 어려워질수록 중국으로 몰리는 현상(rally around China)'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미래학자들은 증시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당초 예상보다 빨리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대내적으로는 우리 경제전망이 가장 큰 변수다. 전망기관들은 올 성장률을 -4~-2%로 보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더 중요한 것은 경기순환상의 흐름이다. 정부가 내놓은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2분기에 -4.1%로 저점을 기록한 후 3분기 -3.8%,4분기 2.8%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보다 정도는 약하지만 'U'자형보다 'V'자형에 가깝다.
또 우리처럼 외환위기의 트라우마(상처)가 있는 상황에서 성장률 못지않게 경상수지도 큰 영향을 미친다. 외환위기 이후 경상수지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보면 흑자일 때는 상승,적자일 때는 하락했다. 대부분의 기관은 올해 경상수지가 130억달러 내외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아직까지 모기지 사태가 진행 중이고,이번 위기가 기존의 준거 틀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에 주가가 쉽게 회복되기는 어렵다. 올해는 기본적으로 '어렵다'는 자세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 주가의 결정요인을 곰곰이 따져보면 그렇게 어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 주가예측 이론으로 각광받는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을 보면 경기보다 빨리 회복한 주가는 조정을 거치되,그 폭은 이전의 저점보다 높게 형성되고 조정 이후 더 큰 상승세가 온다고 보고 있다. 길게 보지 않고 올 상반기 이후까지만 생각한다면 최근 벌어지는 우리 증시의 재추락론과 재도약론 간 논쟁은 커다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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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15 18:06 / 수정: 2009-02-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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