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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6년 파리의 어느 카페. 초췌한 모습의 두 남녀가 두 개의 테이블 사이에 어정쩡하게 앉아 있다. 허탈하고 지친 표정의 여인은 자신 앞에 놓인 술잔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며, 그녀 옆의 남자 또한 세상사에 아무 관심 없다는 듯 파이프를 문 채 무심히 창밖을 바라본다. 그 또한 화면 구석으로 몰린 불안한 처지다.
남녀를 벽 쪽으로 가두어 버릴 듯 예리한 모서리를 드러내며 배치된 대리석 테이블엔 다리가 없어 작품의 불안정함을 배가시킨다. 테이블에 놓인 술잔은 화면의 중앙에 위치하여 작품 속 모든 슬픔과 고독까지 빨아들이는 듯하다. 19세기 후반 유럽인들이 사랑해 마지않았던, ‘녹색의 요정’ 혹은 ‘에메랄드 지옥’ 등으로 불렸던 술, 압생트(absinthe)다.
압생트는 향쑥이나 아니스 등을 써서 만든 리큐어다. 본래 해열제, 강장제로 개발되었으나 급격한 산업화로 고독과 마음의 빈곤에 신음하던 유럽인들에겐 압생트의 맑고 매혹적인 녹색 빛깔과 쓰고 독한 맛, 싼값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압생트에 물을 첨가하면서 각설탕 등을 녹여내어 섞는 복잡한 ‘제조법’은 당시 대중들에게 마치 종교의식처럼 떠받들어졌으며 프랑스에서는 일과 후 압생트를 즐기는 ‘녹색의 시간’이 따로 생겨날 정도였다.
압생트는 환각이나 중독현상을 일으켰는데, 이는 높은 알코올 도수보다는 쑥에 포함된 성분 때문이라 한다. 어쨌든 이 환각작용이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세기말 프랑스의 많은 예술가는 이 녹색의 마법의 포로가 되었다. 반 고흐, 로트레크, 랭보, 에밀 졸라, 헤밍웨이를 위시한 예술혼들은 압생트 때문에 울기도, 웃기도, 상처받기도, 자살하기도 했다.
남용으로 인한 중추신경 장애와 뇌손상 및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중독현상에도 한동안 압생트의 인기는 최고조에 달했으며, 결국 20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세계에서 판매가 중지됐다. 최근 일부 국가에서 판매 재개된 압생트는 유독한 쑥 성분이 제거된 것이라 한다.
요즈음 모임에서 남자들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 술을 즐기는 여성들을 보는 것이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 것처럼, 점차 애주 여성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조사 결과 술을 마시는 여성비율이 10명 중 6명꼴로 늘어났다고 한다. 여성 알코올 중독 환자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특히 주부 알코올 중독을 일컫는 ‘키친 드링커’라는 신조어도 생겨난 마당이다.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그런데 여성은 신체적으로 남성보다 체지방 비율이 높고, 체내 수분이 적으며, 알코올 분해효소(ADH)가 적어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빨리 증가한다. 따라서 금방 술에 취할 뿐 아니라 술로 인한 건강상의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된다. 특히 최근 알코올에 의한 뇌신경다발 손상이 여성에게 더 심한 것으로 알려져 여성음주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알코올에 의해 기능이 파괴된 뇌가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잊기 위해 술잔을 채우곤 한다. 오장육부를 들어낼 듯 괴로움을 게워내고 나면 어느새 날이 밝아져 있고 또 그렇게 새로운 기억을 채우며 하루를 산다. 술이 괴로움만 잊게 해 준다면야 참 고맙겠지만, 술에 자신이 말려버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술잔을 기울이기 전 남성들은 하루에 두 잔, 여성들은 하루 한 잔 이상은 마시지 않는 게 좋다는 과학자들의 충고를 되새겨 볼 일이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 기사입력 2009.02.19 (목) 18:37, 최종수정 2009.02.19 (목)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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