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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 사상가 정도전. /조선일보 DB
세간에는 중이가 의리를 아는 사람이라는 평판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고도 십수년을 더 유랑한 끝에 왕위에 오를 수 있었다. 굴욕을 딛고 일어선 문공은 여러 나라가 난립한 춘추시대의 패자(覇者)에 올랐다. 망명생활 때 각 나라와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면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었던 것이다.
이 책의 키워드는 '굴욕'이다. 좌절에 무릎 꿇지 않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조선을 디자인한 정도전과 후한을 세운 광무제, 병자호란을 마무리한 최명길과 월나라 군주 구천을 보좌한 범려, 무장 독립 투쟁을 벌인 홍범도와 중국 초대 인민군 원수 주덕, 실학자 이익과 명말 청초 유학자 황종희 등 한국과 중국의 역사 인물을 짝지어 이들이 실패와 좌절을 딛고 성취를 이루는 과정을 썼다.
이 책이 고른 인물 가운데 독특한 선택은 조선시대 이장곤(李長坤·1474~?)이다. 그는 갑자사화 때 역적과 어울렸다며 연산군에게 심한 고문을 당했다. 거제로 귀양을 갔는데, 또 국문을 받게 됐다. 이번에는 살아남기 어렵겠다고 판단한 이장곤은 귀양지를 벗어나 함흥으로 도망쳤다. 버드나무 그릇을 만드는 천민들 사이에서 2년간 숨어 지내며 천민 아내까지 얻었다. 어명을 어긴 것에 대해서는 훗날까지 시빗거리가 됐다. 그러나 이 책은 임금의 명에 따르지 않고, 생명을 보존하는 파격을 보여준 이장곤이 더 어려운 선택을 했다고 평가한다. 이장곤은 중종 때 병조판서를 지내며 국방을 총괄했다. 대중용 읽을거리이지만, 학계 연구 성과로 탄탄하게 뒷받침했다.
입력 : 2009.02.2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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