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
건축은 무릇 '공간(空間)'을 채우는 일이다. 우리는 그 공간에 들어선 대단한 건축물들에 관심이 있다. 건축물과 건축물의 사이, 건축물과 사람과의 사이,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공간에 눈길을 둔 적은 돌이켜보건대 흔치 않았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없었다. 건축가 조재현씨가 펴낸 '공간에게 말을 걸다'는 일반인을 위한 건축교양서다. '그림·영화·건축의 침묵의 호소'라는 부제를 단 책은 공간의 형태와 이것이 인간에게 주는 느낌에 주목한다. 건축도 기본적으로는 인간에 바탕하기 때문이다. "건축물을 사람에 비유한다면 공간은 마음"이라는 저자는 상대의 마음을 모르면 그 사람을 제대로 안다고 말하기 힘들듯, 공간을 못 느끼면 건축물을 깊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공간은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베를린 유대인박물관' 사진을 보자. 날카로운 각도로 막힌 공간은 벽을 따라 공간이 흘러들어가지만 빠져나갈 곳이 없어 불쾌감을 준다. 하지만 그런 공간의 성격이 과거 유대인의 암울했던 시기를 표현하기에는 더없이 좋다. 빠져나갈 구멍이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절박한 상황을 표현하는 것은 다름아닌 '벽'이다. 벽사이 틈새로 비춰지는 한 줄기 빛은
책은 이처럼 건축의 기본이 되는 공간과 형태의 구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분석하고 있으며 그 분석과 비교는 독창적이면서 재치있고 즐겁다. 책의 중심은 저자가 직접 제작한 공간모형이다. 평면 공간은 3㎜ 포멕스(PVC를 원료로 발포 압축한 소재)로, 원형 곡면은 PVC 파이프, 곡면은 트리 장식용 플라스틱 구(球) 등을 재료로 구체화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형 공간 안에 작은 사람 모형을 세우고 빛의 각도를 달리해 수십 장의 사진을 찍었다. 이 수고로운 작업으로 찍은 사진만 1천500여장, 작업에만 3년이 걸렸다. 공간감을 보여주는 것은 공간모형 뿐 아니다. 저자가 그린 150여점의 스케치는 르 코르뷔지에부터 장 누벨, 오스카 니마이어, 미스 반 데어 로에 같은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들이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렘브란트와 앵그르, 벨라스케스, 뭉크, 반 고흐 등의 그림과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매트릭스' '타이타닉' '황후화' 등에서 캡처한 장면 등 영화와 그림도 모형을 통해 익힌 공간감을 다시 확인하도록 돕는다. | |||||||||||||||
2009-03-21 07:49:41 입력 | |
'◀인문,경제▶ > 현대건축' 카테고리의 다른 글
[Design] 안상철 미술관...막힌 듯 트인 듯 자연에 안기다 (0) | 2009.05.10 |
---|---|
[Design] 예술의 전당‥들리는가, 건물이 내뿜는 오페라의 장엄함이… (0) | 2009.04.11 |
노들섬 '예슬섬'변신 (0) | 2009.03.03 |
[Design]밤이 되면 강남대로에 수백개의 둥근달이 차오른다 (0) | 2009.02.03 |
덕수궁의 풀리지 않는 비밀들 (0) | 2009.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