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벚꽃…진달래… 화폭에 봄이 '활짝'
오용길·김정수 ‘봄꽃’주제 두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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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봄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고운 봄꽃이 관람객을 반긴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을 그린 화사한 그림들은 실제 꽃구경하는 것 못지않은 감흥을 느낄 수 있다. 작가들이 캔버스 화면에 고운 물감으로 조형한 봄꽃들은 어쩌면 더욱 감성적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과감한 시도가 더 주목받는 요즘 미술계에서 개나리나 진달래 꽃그림은 주제 면에서 지나치게 전통적이고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그림들은 트렌드와 어울리지 않는 대신 언제 보아도 한결같이 아름답고 따뜻하다.
◇오용길 ‘봄의 기운’
한국화가 오용길(이화여대 교수)씨는 40여년간 꾸준히 수묵 담채화를 그려왔다. 1970∼80년대 서양 추상화가 대세를 이루던 시절에도 “내겐 와닿지 않는다”며 인물이나 풍경 등 사실적인 이미지를 담는 수묵화를 그렸다.
오씨가 꽃 풍경을 담은 수채화 같은 수묵화를 선보이는 16번째 개인전이 25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서 열린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나 개나리꽃, 주홍빛 감이 매달려 있는 감나무 등 보기만 해도 가슴이 푸근해지는 그림이 걸린다.
그는 머릿속에 풍경을 구상한 뒤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그의 그림 풍경은 실제 어느 곳의 풍경이라기보다는 작가가 조형적으로 재구성한 풍경이다. 하지만 자연 답사도 빼놓을 수 없다. 오씨는 “사람이 머릿속에 그려봐야 한계가 있어 어렵다”며 “좋은 자연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젠 그처럼 지필묵을 근간으로 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도 많지 않다. 또 지필묵은 제대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그는 먹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 풍경의 골격을 그린 뒤 색을 입힌다. 그의 그림은 명쾌한 필치와 맑고 투명한 색채 운용이 특징이다. 한 화면에 힘있는 운필과 감각적인 점묘가 합쳐져 있다.
전시를 앞둔 오씨는 “봄 기운 느껴보시길 바란다.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편하고 좋지 않으냐. 산수유와 수양버들의 색깔이 날마다 달라지고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는 등 자연이 꿈틀대는 그 점이 좋다”고 말했다.
◇김정수 ‘축복’
맑은 분홍빛의 진달래 꽃잎을 하나하나 보드랍게 그리는 화가 김정수씨에게 진달래는 어머니이자 고향이다. ‘진달래 화가’로 불리는 김씨가 봄을 맞아 지난해에 이어 진달래 시리즈 ‘축복’전을 선보인다.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다음달 8일부터 21일까지 열린다.
프랑스 파리 유학 시절 과격하고 전위적인 작품을 하던 그는 1990년대 후반 한국에 왔다가 김수희의 노래 ‘애모’를 들었다. 고향 땅에 대한 그리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샘솟으면서 어린 시절 어머니의 기억을 갖고 있는 진달래를 그리기로 했다. 진달래를 관찰하기 위해 전국을 다니기도 했고, 진달래의 고운 색깔을 내기 위해 전 세계 물감을 찾아 다녔다.
“어렵던 시절, 봄이 되면 어머니는 뒷동산에 나물 캐러 가셔서 예쁘고 고운 진달래 꽃잎들을 따오셨어요. 이를 뿌리시기도 하고 놓으시기도 하시며, 자식 잘되길, 집안 잘되길 기원하며 축복의 기도를 드리셨어요. 추운 겨울을 이겨내며 꽃을 피우는 과정을 어머니의 희생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예전 그의 그림에서는 소박한 소쿠리 한 가득 넘쳐흐르는 진달래 꽃잎을 통해 어머니에 대한 은유적 헌사를 드러냈다면, 이번 그의 신작에서는 이질적인 두 상황을 혼합시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통해 어머니의 사랑을 반추시킨다. 차갑고 삭막한 도심 위로, 그리고 겨울 내내 얼어붙은 회색빛 땅 위로, 연분홍빛 진달래 꽃잎이 하나둘 떨어진다. 하늘에서 흩뿌려진 진달래 꽃잎은 우리의 인생을 보듬어주는 어머니의 마음과 같다.
김지희 기자
- 기사입력 2009.03.23 (월)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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