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고흐의 귀를 누가 잘랐는가
관련이슈 : 설왕설래
20090506003759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에 ‘열정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도 들어갈 것이다. 불행히도 ‘해바라기’ ‘감자 먹는 사람들’ 등 그의 숱한 걸작이 생전에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에게 어떠한 물질적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 끝모를 정신병과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았고, 지독한 가난과 불행에 시달리다가 권총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목회활동을 하다 퇴짜를 맞았고, 미술품 상점 점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빛과 정열을 그렸지만 정작 그의 삶에는 한줄기 빛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처절했다. 아이로니컬하다. 그의 그림은 늘 정열적이고 힘이 넘친다.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받지 못한 천재화가였기에 후대에서 더 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흐는 유난히도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무려 40점 가까이 된다고 한다. 자화상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중인격자처럼 제각각의 고흐가 캔버스 안에 들어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은 특히나 유명하다. 고흐가 절친한 예술적 동료인 폴 고갱이 자신의 작품을 혹평하자 듣기 싫어 오른쪽 귀를 잘랐다는 그의 드라마틱하고 광기 넘치는 삶의 스토리가 스며 있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 외신은 고흐가 자해로 귀를 잘랐다는 통설을 뒤엎는 독일 미술사학자의 주장을 엊그제 보도했다. 함께 동거했던 고갱이 그의 귀를 잘랐다는 섬뜩하고도 낭만을 깨뜨리는 내용이다. 경찰 보고서와 주변 인물의 증언까지 추적했고, 둘 간에 ‘침묵의 서약’까지 맺었다고 주장하는 등 제법 그럴듯하게 들린다.얼마전에는 백제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의 로맨스를 담은 서동요 설화가 사실이 아니라는 기록이 나왔다. 설화가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누구나 서동요 가사 내용처럼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싶어한다. 고흐의 귀 절단 사건은 120여년 전 일이다. ‘고흐의 귀 논쟁’이 다시 불붙을지도 모른다. 설령 독일 사학자의 주장대로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게 사실이 아닌들 어떡하겠는가. 동료에게 농락당하지 않으려는 화가 고흐의 자존심과 광기에 대한 환상을 그대로 가슴속에 담아둬도 괜찮을 성싶다. 환상을 먹고사는 것이 인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병헌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09.05.06 (수) 21:17
'◀취미와 여행▶ > 고고,미술,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라 최초 사찰 흥륜사 추정 명문 발견 (0) | 2009.05.09 |
---|---|
[토요갤러리]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0) | 2009.05.09 |
[명화 속 여성] 앨머 테디마―더 이상은 안 돼요사랑하는 여인의 손등에 입 (0) | 2009.05.08 |
행복한 에로티시즘…르누아르가 온다 (0) | 2009.05.08 |
[생애 재무설계 액션플랜] (0) | 2009.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