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한 고장이며 상주시 인평리가 고향인 친구 최종기는 가로 늦게 바람이 났다. 공직에 있으면서 파한의 시간을 향유한답시고 바람이 나도 단단히 난 것이다. 얼마전부터 만지기 시작한 사진기가 까탈을 만든 모양이다. 주말이나 근무가 비번인 날이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둘러메고 다닌다고 소문에 들린다. 머릿속 상상에 웃음이 절로 난다..
최 종기는 학교를 갓 졸업한 20대 초반에는 "최공"하며 너스레를 치며 죽마고우나 진배없이 흉간을 털어놓던 사이의 마주내기 친구다. 이틀이 머다않고 시내에 살던 나는 당시 90cc 오트바이를 몰고서 그의 집을 방문하였다. 시내에서 동쪽 벌판을 가로질러 화개에서 갑장산을 발치에 두고 누워있는 식산 줄기가 늘어진 산 그늘이 낙동을 향해 굴티재를 넘어가는 즈음에서 남보뜰의 바람은 여기서 머물러 흩어지고, 서산 햇살은 유난히도 눈부신 동네가 바로 그의 동네다.
인평은 다리 건너서 바로 산밑으로 난 도림사,동해사가 있는 서곡(혹은 구두실)으로 가는 동네길을 외로하고, 오른쪽 길을 잡아 갑장산을 보며 짓쳐들듯 가야한다. 당시는 비포장도로이며 길 옆엔 지금은 기억에만 살아있는 방앗간,주막, 산 골짜구니에서 내려오는 도랑물을 건너자고 만들어놓은 작은 다리, 집집이 감나무 몇 그루, 담 너머로 화단에 심어 놓은 해바라기느니 당매화가지, 게껍질처럼 거무죽죽하게 물때묻은 길 옆 담장벽에 붙어 자라는 담쟁이 넝쿨 등등을 낮은 담과 사립문 사이로 정경을 감추고 사는 그야말로 평화로운 동네였다.
시간이 나는대로 나는 그의 동네를 찾았으니 이는 일부러 꾸민 말이 아니라도 낭만산책이자 그 시절 그와 나에겐 젊음의 방황이었다. 그의 마을에 들어가기 전 방앗간 못 미쳐인지 지나쳐인지에 있었던 주막 집엘 들러서 흰 프래스틱 말 술통에다 반 말가량 막걸리을 받아서 오트바이에 싣고서 신작로을 얼마쯤 달려서 산 모퉁이를 돌아서면 그의 동네가 마을 앞 문전옥답에 에워쌓인채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지금은 월평이라던가하는 자연 부락명의 마을 어귀 안내 돌비석이 서있는 논틀 길이 나오면 그기서 왼편으로 꺽어야만 동네로 들어간다.
그 후론 동네 친구들과 모여서 벌이는 파티...침으로 오래된 옛 생각에 젖어본다. 친구는 방 한귀퉁이에다 시냇가에서 꺾어왔는지 어느 산자락에서 꺾어왔는지 모를 솜 털보다 희고 부드러운 억새를 화병 하나 가득 채워 장식을 하고는 내가 가면 언제나 반가운 기색으로 반겨주었으며 여동생 태숙이는 우리가 먹을 술 안주를 장만하느라 부엌에서 손놀림을 부산스레 해댔더랬었다.
그런 지난 시간의 기억들이 편린처럼 아직도 가슴속 어디엔가 뭉쳐있을 것이다. 친구의 내면 어디엔가엔 외도벽이 웅크리며 숨어있었든지 공직에 몸담고 있는 여가 시간을 짬짬이 활용하여 이렇게 작품 할동을 하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이제는 예전 젊을때와는 같지않은 것이 나이도 만만찮은 지천명을 훨씬 넘기고 있으니 이 순간도 어느때 그리운 시간으로 가슴속에 머물 미래가 올 것이다, 이즈음에 순간순간 추억이 될 장면들을 누에가 고치속에 들고자 실을 뽑아내듯 이렇게 아름다운 한 컷의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이 천연스런 바람벽의 산물을 나의 공간에 초대하고자 한다.
이에 흔쾌히 응해주니 너무 고맙단 말밖엔 달리 무얼 얘기할까마는...... 이 일 만큼이나 아름다운 또 한가지 미담이 있으니 이 일을 잠깐이나마 공치사하고 넘어가고 싶다. 이는 다름아니라 이런류의 낚시나 등산 골프등을 바깥 사람이 즐기려하면 왠만해서는 집안에서 내조하는 부인들은 반대하기 일쑤인데 그의 부인인 속 좋은 윤여사는 함께 동참하여 이 취미를 함께 즐기고 있으니 두 분은 환상의 배필이라고 격조한 격려를 드릴 밖엔 더 달리 할말이 없어라 .
모쪼록 건강한 모습으로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건져 그때마다 보내주게나...특히나 윤여사 건강도 아울러 챙겨드리며 건승하시길.
- 친구 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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