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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따뜻하게 즐기는 동서양의 술찬바람 부는 날엔 모락모락 김이 나는

눌재상주사랑 2010. 1. 1. 22:38
겨울철 따뜻하게 즐기는 동서양의 술
찬바람 부는 날엔 모락모락 김이 나는 따끈한 술 한 잔을
  •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이럴 때 애주가들은 따뜻한 차 한 잔보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따뜻한 술 한 잔이 생각날 터이다. 쉽게 맛볼 수 있는 데운 술은 일본 사케 정도가 떠오를 테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유럽에도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술이 있다. 그랜드하얏트서울 ‘로비 라운지’ 등의 도움을 받아 따뜻하게 즐기는 술을 알아봤다. 추운 계절, 따끈한 술 한 잔으로 속을 달래보자.

    # 엄마의 따뜻한 정-한국 모주
    ◇막걸리에 한약재·계피·설탕 등을 넣고 끓여 뜨끈하게 마시는 ‘모주’

    ‘모주’는 전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향토 음식이다. 해장술로 유명하다. 막걸리에 대추, 인삼 등 한약재를 넣고 24시간 끓이다가 알코올 성분이 거의 없어졌을 때 계핏가루, 흑설탕을 넣은 뒤 따뜻하게 즐긴다.

    광해군 때 인목대비의 어머니가 귀양지에서 빚어 ‘대비모주’라고 부르다가 ‘모주’가 됐다는 설과 술을 많이 마시는 아들의 건강을 염려한 어머니가 막걸리에 한약재를 넣고 달여 아들에게 주었다고 ‘모주’라 이름 붙었다는 설도 있다. 또 한국전쟁 당시 먹을 것이 없어 어머니들이 막걸리에 설탕을 타 아이들에게 준 것이 ‘모주’의 유래라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모주는 전주 콩나물국밥집 등에서 맛볼 수 있다. 주로 잔술로 즐긴다. 술이라고는 하지만 도수가 2도 정도로 낮아 한방 음료에 가깝다. 짙은 밤색을 띠며, 막걸리보다 조금 걸쭉하다. 계피 향이 많이 난다. 맛은 설탕을 넣어 달착지근하다. 계피 맛과 한약재 맛도 나지만 단맛이 중화돼 강하지 않다.

    # 영웅호걸의 술-중국 사오싱주

    사오싱주(紹興酒)는 사오싱 지역에서 만들던 술로 중국 황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술이다.

    사오싱은 저장성 항저우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춘추전국시대 월나라 수도였다. 이 때문에 고사성어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 월나라 구천이 오나라를 치러 갈 때 군사들과 마셨던 술이라고 한다. 또 삼국지나 수호지에도 영웅호걸들이 마시는 술로 묘사되고 있다. 사오싱 지방에서는 딸을 낳으면 사오싱주를 담가 시집갈 때 처음으로 내놓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찹쌀을 보리누룩으로 발효시켜 만든다. 알코올 도수가 15∼20도로 일반 중국 술에 비해 약하다. 따뜻하게 데운 사오싱주에 설탕이나 말린 매실을 넣어 함께 마시기도 한다. 오래 묵을수록 좋은 술로 친다. 중식당에서는 남성을 위한 보양식인 샥스핀찜, 만주식 닭고기, 전복냉채 등 사오싱주를 넣은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 부드러운 향과 목 넘김-일본 사케

    데워먹는 술의 대표격인 사케는 쌀로 빚은 일본식 청주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정종(正宗)을 사케로 알고 있는데, 정종은 사케 브랜드 중 하나였다. 사케는 또 우리나라 청주와도 다르다. 사케는 순수 쌀과 누룩으로만 만들고, 우리나라 청주는 쌀과 누룩에 여러 가지 첨가물이 들어간다.

    일본은 사케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품종의 쌀을 따로 재배하며, 어떤 쌀로 만드느냐에 따라 맛과 질이 달라진다. 지역에 따라 제조되는 사케의 종류는 천차만별이며, 가격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다. 정미율에 따라 크게 다이긴조(정미율 50% 이하), 긴조(정미율 60% 이하), 혼조조(정미율 70% 이하)로 등급을 나눈다. 정미율이 낮을수록 좋은 사케다.

    ‘사케수첩’의 저자 최창근씨는 “눈이 오는 날에는 니가타 지방의 은은한 과일 향이 나는 조젠 미즈노고토시 준마이 긴조나 하쿠시카 긴조 나마조조 등이 좋다”고 소개했다.

    # 따뜻한 유럽식 칵테일

    글루바인은 ‘따뜻한 와인’이라는 뜻의 독일어다. 유럽에서 겨울철에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끓여 마시는 와인이다. 축제나 벼룩시장 등에 가면 종이컵에 한 국자씩 부어서 파는 포장마차도 만날 수 있다. 유럽에서는 감기 초기에 먹는, 우리나라로 치면 대추차나 생강차 등의 구실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만들기도 쉽다.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골드 럼, 황설탕, 물, 사과, 오렌지와 레몬 껍질, 계피 등을 넣고 강한 불에 끓인다. 한 번 끓으면 약한 불로 20∼30분 은근히 끓이면 완성된다. 사과, 오렌지 외에 좋아하는 과일을 넣어도 된다.
    ◇글루바인                                                                ◇핫초코 칵테일
    핫초코에 알코올 도수가 있는 리큐어(알코올에 설탕, 식물, 향료 등을 섞어 만든 혼합주)를 넣으면 따뜻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테킬라를 넣으면 ‘멕시칸 핫초코’, 켄터키 위스키를 넣으면 ‘켄터키 핫초코’가 된다. 밀크 초콜릿(10g), 다크 초콜릿(50g)을 뜨거운 물에 중탕으로 녹인다. 우유(200㎖), 생크림(60㎖)을 가열해 끓기 시작하면 녹인 초콜릿을 잘 저으면서 약한 불로 조금 더 끓인다. 여기에 기호에 따라 리큐어나 와인 등을 첨가하면 된다. 초콜릿의 달콤함과 알코올의 쌉쌀한 맛이 잘 어울린다.

    글·사진=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촬영협조: 인사동 ‘고궁’, 그랜드하얏트서울 로비 라운지·일식당 아카사카·중식당 더 차이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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