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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향토음식의 산업화] 순흥전통묵집 정옥분 할머니

눌재상주사랑 2010. 2. 4. 00:54

[맛 향토음식의 산업화] 순흥전통묵집 정옥분 할머니
100세 윗동서가 가르친 맷돌질 덕택…30여년 묵밥 하나로만 장사
 
 
 
40여년 전통의 영주 순흥묵밥집을 운영해 온 정옥분(80) 할머니. 열일곱 살에 순흥으로 시집 온 태백댁 정 할머니의 묵밥 이야기는 무허가 시절 설움받던 시절부터 시작해 새해 벽두 내내 밤새도록 이어졌다.
 
벽 두께가 두 자(60㎝)가 넘을 정도로 두툼한 정할머니 토담집.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이 토담집 아랫목도 순흥묵밥의 맛을 돋워주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순흥전통묵집 묵간장은 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고 전통간장으로만 만든다. 정 할머니는 매년 간장을 뜨기 위해 콩 두 가마니로 메주를 쑤어 된장을 담근다. 감칠맛 나는 묵간장의 맛 비결은 간장을 달여낼 때 소고기를 넣는 것. 30여개의 항아리가 놓인 장독대에 새해 벽두 내린 눈이 수북이 쌓였다.
 
묵을 쑤는 가마솥 부뚜막은 정 할머니의 자리. 장작불은 할아버지가 지피고 할머니는 이 자리를 지켜 왔다. 가장 맛있는 묵을 쑤어 내기 위해 풀쑥풀쑥 끓어 오르는 묵이 눋지 않도록 나무주걱으로 젓는다.
“항상 손님이 많이 와 줘서 너무 고맙지. 힘 닿는데까지 더 열심히 할 거야.”

열일곱 살에 시집 온 순흥전통묵집 정옥분 할머니는 올해 나이가 여든 살이지만 아직도 정정하다. 자신에게 메밀묵 맷돌질을 가르쳐 준 이웃 사는 손위 동서는 100세다. 30여년을 묵밥 하나로만 장사를 벌여 온 그 자체가 요즘 흔한 성공 스토리인 ‘선택과 집중’ 덕이다. 묵도 묵이지만 곁들여 내는 양념간장과 육수, 밥, 김치, 깍두기는 물론 명태포와 도라지 무침까지 정성을 들여 맛을 내고 있는 덕에 순흥묵집을 찾아 온 손님들은 “누구 입맛에도 꼭 맞다”는 찬사를 보낸다.

바로 요즘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말하는 ‘맛의 표준화’다. 부식재료 가격이 들쭉날쭉해도 일년 열두달 빠지는 반찬이 없다. 고객들과는 무언의 약속도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상도(商道)를 몸으로 익혀 둔 덕분이다.

순흥묵밥집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까지는 이런 정 할머니의 부단한 노력의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수많은 단골들이 연중 줄이어 시골마을 허름한 토담집을 찾게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잇속을 떠난 순수함이 손님들을 편안하게 했기 때문.    

“영감은 가마솥에 장작불 지피고 나는 묵솥옆 부뚜막에 앉아 주걱질하고…. 같이 일을 나눠 메밀묵  쑬 때가 그래도 제일 좋았지.”

한평생을 묵장수로 살아 온 영주 순흥전통묵집 정옥분 할머니. 처음 묵장사를 시작할 때를 되돌아 보며 할아버지 생전에 모두들 어려웠지만, 인정은 많았던 그때가 못내 그리운 눈치다.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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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01월 0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