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중 아프리카 로망] >> 보츠와나 모코로 투어<세계일보>
- 입력 2010.07.15 (목) 17:30
지구상 마지막 남은 천연 야생지 ‘오카방고 델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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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내내 픽업트럭 짐칸에 쭈그리고 앉아 비바람 속을 달려온 다른 때와 달리 평화롭기 그지없다. 게스트하우스 정원 한 쪽에 붙어 있는 자그마한 바(bar) 앞에서 잠베지강을 바라보니 주변의 풍경 또한 한적하고 여유롭다. 저녁에는 잠베지강에서 보트투어를 한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나는 가볍게 점심을 먹고 환전을 할 겸 마운(Maun) 시내로 나가보기로 했다. 마운 시내는 게스트하우스에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길에 나가 미니 버스를 잡아탔다. 마운 시내로 들어가니 옛날 우리나라 읍내 분위기다. 마운은 한때 인근 사람들이 소를 거래하던 자그마한 마을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오카방고 델타(Okavango Delta)와 모레미 야생동물보호구를 찾는 여행객 덕분에 최근 보츠와나 관광의 기점이 되는 도시로 빠르게 성장하여 보츠와나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가 되었다. 사람들이 주로 마운을 찾는 이유는 바로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오카방고 델타를 보기 위해서이다. 필자 또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500풀라(약 8만원)를 지불하고 오카방고 델타 투어를 신청하였다.
◇오카방고 델타 강물 위에 떠 있는 모코로. 카누처럼 생긴 모코로 배를 타고 오카방고 델타의 습지대를 돌아본다.
◇폴러는 모코로 배 위에 서서 기다란 장대나무를 저으면서 서서히 갈대밭 사이를 헤쳐 나간다. 모코로는 오늘날에도 오카방고 델타 주민들이 강을 건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조심스럽게 모코로에 올라탔다. 자리에 앉으니 낮아진 시선으로 강물과 갈대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폴러는 모코로 위에 서서 기다란 장대나무를 저으며 서서히 갈대숲 사이를 헤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모코로는 오늘날에도 오카방고 델타 주민들이 강을 건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라고 한다. 오카방고 델타 투어의 백미는 갈대숲 사이에 만들어진 비밀스러운 미로 같은 수로를 헤쳐 나가는 것. 갈대 숲 사이에 숨은 듯 이어지는 작은 수로의 풍광은 평온하고 신비롭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갈대 숲 사이에서 하마의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바에르족 사람들은 40년 전에는 갈대로 집을 지어 강 위에서 살았지만, 오늘날 갈대는 집을 지을 때 벽의 재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저 멀리 갈대숲을 바라보고 있는데 반대쪽에서 여행객을 실은 모코로 여러 대가 우리를 향해 온다. 밤에 섬에서 야영을 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넓은 초원이 펼쳐 있는 섬은 야생동물의 서식처이다. 도보 사파리를 하면서 초원을 바라보니 아프리카의 상징인 바오밥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걷다 보니 모코로 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소시지 나무’도 나타난다. 나무줄기가 소시지같이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결국 한 시간이 넘는 도보 사파리는 얼룩말과 새 몇 마리를 구경하는 데 그쳤다. 샘의 설명에 따르면, 야생동물을 보려면 건기에 해당하는 5∼8월에 와야 한다고 한다. 건기에는 동물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 강가로 몰려들지만, 우기에는 동물들이 사는 서식지에도 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오카방고 델타의 수로에는 하얀색의 수련꽃이 가득하다. 고요한 수로 위에서 만나는 수련의 모습은 더욱 청초하고 고고하게 느껴진다.
오후 4시쯤 오카방고 델타 투어를 끝내고 다시 뭍으로 올라왔다. 폴러의 수입이 궁금해 물어보니 내가 모코로 투어 비용으로 지불한 500풀라 가운데 150풀라를 받는다고 한다. 생각보다 폴러에게 돌아가는 돈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팁으로 30풀러를 건네주고 샘과 헤어졌다. 경제적으로 그리 풍요롭지는 않겠지만, 원시의 오카방고 델타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자연만큼 평온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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