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서]삼국유사 /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
20080926002762
내가 가장 애지중지하며 많이 읽은 책은 고려말 승려인 일연선사가 지은 ‘삼국유사’이다. 삼국유사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의 역사에서 빠진 부분을 모은 야사라고 할 수 있다. 즉 유학자 김부식이 지은 정사 ‘삼국사기’에서 다루지 않은 역사적 사실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보충해 저술한 것이다. 그러나 ‘삼국유사’는 ‘삼국사기’를 단지 보충하였다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라고 자랑할 수 있도록 하는 귀중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책 제목은 ‘삼국유사’이지만 삼국뿐만 아니라 고조선, 부여, 마한, 가야, 발해 등 우리의 역사 모두를 망라하고 있다. 특히 고조선조에서 단군신화를 통해 우리의 역사가 중국의 역사의 시작과 같은 시기에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역사의 독자성과 유구성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한 한반도의 북쪽에 존재했던 부여, 남쪽에 존재했던 마한에 대한 기록을 남겨 삼국시기 이전의 상고사를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삼국사기’에는 이름만 거론한 가야와 발해에 대한 기록을 남겨 한국사의 범주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과 중국이 한국사를 왜곡하는 데 있어 가야사와 발해사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확인시켜준다고 하겠다.
‘삼국유사’는 불교와 토착신앙에 대한 기록을 남겨 우리의 고유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정신적 문화유산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불교가 전래되기 이전 토착신앙의 양상과 불교가 수용되면서 토착신앙과 대립하고 갈등하다가 융화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차돈의 순교설화가 그 좋은 예이다.
그 이후 ‘삼국유사’를 수시로 읽고, 결국 한국고대사를 전공으로 하게 됐다. 대학원에 다닐 때는 동료 대학원생들과, 교수가 되어서는 동료 교수들과, 그리고 대학원 학생들과 여러 차례 윤독을 하며 20여년간 역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불교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아직 상재를 하지 못하였지만 평생의 동반자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일연 선사가 ‘삼국유사’를 펴낼 때 그는 몽골의 침략에 맞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독자성과 유구성을 밝히려 하였다. 최근 일본과 중국 등 주변 나라에서 우리의 역사 왜곡을 하게 되면 나는 그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삼국유사’를 펴들고 그 대응책을 생각하곤 한다.
왜냐하면 ‘삼국유사’에는 고조선, 부여, 마한,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발해 등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구체적 자료들이 체계적으로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삼국사기’에는 빠져 있는 산신신앙 등 토착신앙에 대한 소중한 자료들이 담겨 있어 우리 문화가 중국문화와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삼국유사’는 정사는 아니지만 정사 이상으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기사입력 2008.09.26 (금) 19:12, 최종수정 2008.09.26 (금)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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