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강남집값 ‘급락설’과 와타나베ㆍ스미스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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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급락설의 근거로 내세웠던 부동산 이론들은 많다. 이 중엔 △핵심 주택수요층인 베이비 붐 세대들이 조만간 줄어들 것이라는 인구통계학 이론 △강남지역에 편중됐던 교육시설이 평준화된다는 국토균형화 이론 △부동산 가격이 일정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투기세력들이 급속히 이탈돼 가격이 더 떨어지는 가속도 이론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는 어떤가. 최근 관련 통계기관에서 발표하는 부동산 가격동향을 보면 최소한 가격하락세는 주춤하고 있다. 특히 크게 떨어질 것으로 봤던 강남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오르는 현상까지 감지된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추세적인지 아직까지는 판단하기 이른 시점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여러 요인 가운데 아시아 외환위기,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같은 위기 때 환율 움직임과 이에 따른 외자 유출입 등 부동산 시장의 금융교란 요인을 경시했거나 무시했던 것이 가장 크다. 또 위기 발생 이듬해의 예상치 못하게 기록하는 큰 폭의 무역흑자도 주요 요인이다.
특정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증시가 반응한다. 이때 주가 하락에 따른 외자 이탈로 환율이 급등한다. 특히 우리처럼 '윔블던 현상'(외국인이 판치는 현상)이 심하고 현금화가 쉬운 나라일수록 주가 하락폭과 환율 상승폭은 커진다. 이후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환율 상승세가 꺾이면 이때부터 외자가 급속히 유입되면서 부동산 가격의 하락세가 멈추는 완충현상이 발생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이번처럼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원 · 달러 환율이 2000원 넘게 오르자 부동산 시장에 외자가 유입되면서 예상했던 폭락현상은 발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다음해인 1998년에 기록했던 400억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로 외자유입이 촉진되면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의외로 빨리 회복됐었다.
최근 들어서는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부동산을 사려는 외국인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수도권에 있는 토지까지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한국 부동산 매입에 가장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는 외국인들은 엔캐리 자금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과 모기지 사태 이후 새롭게 가세하고 있는 미국의 '스미스 부인'들이다.
와타나베 부인이 일본에서 가장 흔한 성을 따서 붙인 용어인 것처럼 스미스 부인은 미국에서 가장 흔한 성인 스미스를 딴 용어로 미국에서 낮은 금리의 달러 자금을 차입해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한국 등에 투자하는 여성을 말한다. 스미스 부인의 달러캐리 자금은 미국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점차 부담이 될 만큼 늘어나는 추세다.
와타나베나 스미스 부인 입장에서 모기지 사태로 3월 초처럼 원 · 엔과 원 · 달러 환율이 각각 1600원 안팎으로 치솟으면 자국통화 기준으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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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국가의 통화로는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들이 강남지역을 '헤집고 다닌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활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들어 외자 유입으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부동산 시장에 나타날 윔블던 현상에 대해선 사전에 방지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외자 유입에 따른 부동산 가격의 안정효과만을 생각해 외자선호 정책을 추진할 경우 나중에 외국인이 투자수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국부유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입력: 2009-03-29 18:01 / 수정: 2009-03-2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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