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헤지펀드 ‘좀비주식·깡통주택’ 다시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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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란 1949년 미국인 알프레드 존슨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사모펀드로, 100명 미만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파트너십을 결성해 활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우리 국민들에게는 이 펀드의 부정적인 측면만 알려져 있지만 이론적으로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역기능으로는 자산들의 고객인 투자자들의 이익만을 고려해 높은 수익을 좇는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점이 가장 크다. 반면 대표적인 순기능으로는 △금융서비스 개선 △금융제도와 감독의 선진화 △대외신인도 제고 등이 꼽힌다.
대부분 헤지펀드들은 조세회피지역을 활동거점으로 선택한다. 조세회피지역은 법인이윤과 개인소득에 대한 원천과세가 전혀 없거나 과세시에는 아주 저율의 세금이 부과되는 지역을 말한다. 면세대상과 과세 수준에 따라 △조세천국(tax paradise) △조세은신(tax shelter) △조세특혜(tax resort) 지역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헤지펀드가 활동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은 역시 조세천국지역이다. 이번 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헤지펀드들의 80% 정도가 이 지역에서 활동해 왔다.
이번 위기로 국제금융시장 안정차원에서 헤지펀드의 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조세회피지역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됐던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 때문에 헤지펀드 자문업체인 헤네시 그룹에 따르면 한때 2조달러에 육박했던 투자원금 규모가 올 2월 말까지 1조3000억달러 내외로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기 바닥론이 불기 시작한 올 3월 중순 이후 헤지펀드들의 움직임이 다시 포착되고 있다. 투자대상도 금융사 부실자산과 트리플 'B' 이하의 투기등급 회사채를 매입하거나 무형의 가치가 상실된 채로 인수 · 합병(M&A)시장에 나오는 저가의 우량회사를 적극 인수하고 있다.
특히 집값이 주택담보 대출액 밑으로 떨어진 깡통주택(underwater)과 죽었지만 여전히 거래되는 좀비(zombie)와 같은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이 같은 투자패턴은 수많은 헤지펀드들의 전략 가운데 등급이 낮은 투자대상을 사들이는 '롱 크레디트(long credit)'와 '전환 차익거래(convertible arbitrage)'에 해당한다.
이는 시장기능이 멈추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벌어졌던 자산들 간의 가격 차이가 시장이 다시 작동되는 초기에 좁혀지는 점을 겨냥해 돈을 버는 것으로,이번 위기가 어느 정도 끝나가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헤지펀드의 이런 움직임은 경기 측면에서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 금융사 부실자산이 처리되면 금융의 중개기능이 복원되고 투기등급의 회사채와 좀비 주식,저가의 M&A시장이 활성화되면 위기 과정에서 소외됐던 기업과 계층에 이르기까지 자금공급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깡통주택이 거래되면 이번 위기의 원천인 주택시장에도 돈이 돌 수 있게 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해진다. 이는 모기지 사태에 따라 금융과 실물이 격리됐던 '이분법 경제'가 다시 '연계 경제'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앞으로 경기와 주가는 헤지펀드들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형성되고 있는 금융과 실물 간의 연계 고리가 얼마나 빨리 형성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고리가 빨리 형성된다면 조기에 경기가 회복되면서 증시는 강세장인 '불 마켓'진입이 가능하지만, 금융과 실물이 다시 차단된다면 경기는 다시 둔화되고 증시는 '베어 마켓'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최근 재개되고 있는 헤지펀드들의 움직임이 경기와 증시에 약(藥)이 될지 아니면 독(毒)이 될지 역시도 그때 판가름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상춘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입력: 2009-05-17 17:57 / 수정: 2009-05-1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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