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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 읽기]옛이야기의 매력 1,2

눌재 2009. 9. 20. 17:53

[즐거운 책 읽기]옛이야기의 매력 1,2
인간 내면 문제와 도덕적 의미 저절로 깨닫도록
 
 
 
●옛이야기의 매력 1,2(브루노 베텔하임/시공주니어)

아이들은 옛이야기를 좋아한다. “옛날에, 옛날에……”하고 이야기보따리를 풀면,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귀를 활짝 연다. 어린 아이건, 조금 더 자란 아이건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 순간만큼은 이야기 속에 홀딱 빠져든다. 온몸에 활기가 넘쳐 잠시도 쉬지 않고 몸을 놀리는 아이들을 그토록 깊이 몰입시키는 옛이야기의 힘은 무엇일까?  

브루노 베텔하임의 ‘옛이야기의 매력’이라는 책속에 그 해답이 나온다. 정서 장애아, 특히 자폐아의 치료와 교육으로 유명한 저자는 옛이야기의 매력을 심리학적으로 해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어린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옛이야기는 인간의 내면 문제에 대해서 많은 가르침을 주고 어린이가 처한 난관에 알맞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또한 옛이야기는 미묘하고 암시적인 방식으로 도덕적 행위의 이로움을 알려 주며, 추상적이고 윤리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감나면서도 저절로 의미를 깨닫게 되는 방식으로 도덕의 중요성을 아이들에게 일깨워준다.

저자는 서양의 여러 전래동화들을 분석하면서, 옛이야기 속에 우리가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상징과 의미가 숨어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잭과 콩나무’는 소년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잭의 어머니는 아들이 거래한 것을 보고 아주 얼간이라고 생각했다. 잭은 어머니가 자기를 얕잡아 보는 것을 말리지는 못했지만,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서 굉장한 재산을 얻게 된다. 이성의 부모는 어린이의 사춘기적 발달에 용기를 주어야 하며, 특히 그 어린이가 넓은 세상에서 목표를 갖고 성취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공주는 열다섯 살에 물레에 찔려죽을 것이라는 요정의 저주를 받는다. 여기서 물레에 찔리는 것은 성적인 의미를 갖는다. 물레에 찔린 소녀가 빠져드는 깊은 잠은 소녀의 성숙을 위한 시간을 의미한다.

옛이야기에 왕과 왕비가 그토록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부모의 지위가 어린이에게 절대적인 힘을 의미하기 때문이고, 백설 공주를 죽이라는 왕비의 명령을 어기고 공주를 살려주는 사냥꾼은 아버지의 무의식적인 표상으로 볼 수 있다. ‘헨젤과 그레텔’, ‘백설 공주’의 있으나마나한 무력한 아버지는 어린이가 처리할 수 없는 어려움을 만들거나 어린이가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도와주지 못하는 아버지이다. 백설공주의 계모인 왕비는 원초적인 자아도취에 고착되어 구순의 혼합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며, 누구와도 긍정적인 관계를 가지거나 동일시할 수 없는 사람이다. 일곱 난쟁이는 성장이 중지된 남성으로 사춘기 이전의 어린이들의 존재와 흡사하다. 공주가 왕비의 유혹을 번번이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왕비가 가져온 물건들이 공주의 내적 욕망과 일치하기 때문이고, 사과를 먹고 기절한 상태의 무의식은 백설 공주가 자신의 성적인 욕망과 성에 대한 불안 사이의 갈등에 휩싸여 있음을 상징한다.

성장과 더불어 오는 위험을 경험하고 극복하지 않으면, 백설 공주는 절대로 자신의 왕자와 결혼할 수 없을 것이다. 왕비는 불에 달궈진 붉은 쇠 구두를 신고 죽을 때까지 춤을 추는 벌을 받는다. 이것은 무절제한 열정은 억제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람을 파멸시킨다는 것을 말해준다. 옛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온갖 시련을 겪게 되는데, 이는 성장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이다. 성장기의 시련을 거친 뒤에, 사람은 더 높고 더 나은 지평에 떠올라, 더 풍요롭고 행복한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옛이야기를 들려주다보면 가끔 그 잔혹성에 놀라기도 하는데, 이것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의 상상 속에서는 거인이 사람을 잡아먹거나, 아이들이 마녀를 오븐 속으로 밀어 넣는 일이 하나도 놀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떠도는 서양의 옛이야기를 정리한 샤를 페로와 그림형제가 외려 옛이야기의 원래 의미를 왜곡시킨 경우도 많았다고 말한다.

신남희<새벗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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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09월 1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