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가시화되는 `신3高 현상`에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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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중금리의 대표격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올 최저치에 비해 1.1%포인트 올랐다. 원화 가치와 국제유가도 각각 달러당 400원과 30달러 이상 급등했다. 최근 경기회복 정도에 비해 이들 변수가 너무 빨리 올라 벌써부터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의 '신 3고현상'은 무엇보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많이 떨어진 것에 대한 반사적인 성격이 짙다. 금융위기가 고비를 넘기면서 저가 메리트를 겨냥한 일종의 '체리 피킹'용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정도는 약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세로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우선 시중금리는 인플레 기대심리와 채권 발행 등으로 지금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원화 강세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같은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하고 있고, 유가는 정점이론과 경기회복 등이 배경이어서 앞으로 이들도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란 게 대내외 예측기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앞으로 역할을 확대할 주요 20개국(G20) 체제가 이들 3대 변수의 강세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달러는 이번 G20 회담에서 향후 과제로 남겨놓은 중심통화 논의가 진전될수록 약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 또 언젠가는 추진될 '출구전략'은 결국 금리 인상으로 연결되는 문제다. G20체제의 최대 과제인 선진국과 신흥국 간 불균형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이 순조롭지 못해 신흥국들이 자원을 무기화할 경우 유가 상승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경제는 압축 성장한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성장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추진했던 수출 지향적인 정책은 가격경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과거 주요 가격변수의 '3저'나 '3고' 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우리 경제에 변곡점이 될 만큼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이 때문이다. 3저의 혜택으로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누렸던 1980년대 후반기가 대표적인 예다.
이미 삼성그룹이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채산성 변수를 '원 · 달러 환율 1100원,금리 6.4%,유가 84달러'로 잡은 것도 이 현상이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 우려되는 것은 착시현상이다. 경제성장률 등 눈에 보이는 경제지표는 개선되는데,정작 기업이 중시하는 채산성은 그만큼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증시 측면에서 보면 코스피지수는 오르는데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에 들어오는 수익이 없게 된다.
기업 혹은 업종 간 격차도 더 벌어질 수 있다. 생산성과 수익 기반이 다변화돼 있는 기업들은 주요 가격 상승 부담을 완충시킬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거엔 시장경쟁 체제가 약해져 독과점 구도로 변하기도 했다.
따라서 최근 같은 신 3고현상이 나타날 때 경제주체들이 어떤 전략을 가져가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모든 경제주체들은 착시현상부터 주목해야 한다. 이를 무시할 경우 과잉투자 문제에 봉착해 또 다른 부실과 위기를 낳을 수 있다.
정책당국과 기업들은 핵심사업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사업에는 '전향적'으로 투자하되,범용 표준화된 사업엔 '보수적'으로 접근해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이원적인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3고 현상은 가격변수의 문제인 만큼 그 어느 해보다 위험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제부터 주가가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그 속도는 연초 이후 지금까지 불안하다고 느꼈던 때보다 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식해야 한다. 오히려 기업 혹은 업종 간 차별화 현상이 더 심해지면 직접 투자하기에 어려운 여건이 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기대수익률을 낮추면서 기업들이 신3고 부담을 완충시킬 수 있는 생산성과 수익기반 다변화 등을 갖췄는지를 따져서 투자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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