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 달러 캐리자금 이탈 지속땐 亞 증시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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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최근에는 미국이 위험수위를 웃도는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최대 적자국인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 지정을 검토할 만큼 위안화 절상압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과 경제관계가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통화가치가 상승(환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유입된 투기자금들이 미국 금리인상 등을 계기로 빠져나갈 경우 해당 국가의 외환사정은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이 같은 달러가치 약세를 용인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점이다.
일단 당사국인 미국으로선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인다. 현 시점에서 미국이 큰 폭의 달러가치 하락을 용인한다 하더라도 당면한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특정국가에서 자국의 통화가치를 내려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출입 구조가 환율변동에 민감해 수출과 수입의 가격탄력성 합계치가 1보다 크게 되는 '마셜-러너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미국처럼 수출입 구조가 비탄력적인 상황에서 달러가치 약세를 유도할 경우 오히려 무역적자가 늘어나는 'J-커브 효과'가 우려된다. 1995년 4월 달러가치를 부양하기 위한 선진국 간 역플라자 합의 이후 미국경기가 부(자산)의 효과에 의해 지탱돼왔던 점을 감안하면 무역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달러 약세를 용인할 경우 미국 내 외국자본의 이탈에 따른 역자산 효과로 경기가 다시 침체될 우려가 높다.
달러 약세 땐 달러캐리 자금의 이탈도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중순 이후 런던 금융시장에서는 3개월 만기 달러-리보금리가 엔-리보금리보다 낮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당분간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불거지면서 달러 약세가 예상되는 데 따라 달러캐리 자금의 차입여건이 지금보다 더 개선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가장 고민하는 대목이다. 유동성을 더 이상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금이 미국에서 이탈할 경우 위기극복과 경기회복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가이트너를 비롯한 미국의 경제 각료들이 부쩍 달러 강세 발언을 많이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계경제 차원에서도 아직은 모든 대외거래의 60% 정도가 결제될 만큼 기축통화인 달러가치가 흔들릴 경우 일대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증적으로 세계경기가 어려움을 겪었던 때엔 당시의 기축통화 위상도 흔들렸다.
국제 간 자금흐름에 있어서는 그동안 미국계 자금은 높은 수익을 좇아 개도국에 유입된 반면 개도국 자금은 안정성을 목표로 미 국채 등으로 흘러들어와 균형이 유지돼 왔다. 아직까지 달러를 대신할 기축통화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메커니즘이 잘 작동되기 위해서는 안전통화로서의 달러 위상이 크게 흔들리지 말아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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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국과 세계 각국들은 달러가치 급락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택하기보다는 '달러가치의 질서 있는 조정'을 통해 금융위기 이후 최대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입력: 2009-10-11 18:07 / 수정: 2009-10-1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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