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도 저물어 간다. '다사다난'이란 말 그대로 어느 해보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증시에서는 '비관론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국의 이코노
미스트지를 비롯한 세계적인 예측기관들은 대부분 2010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내년은 AC(After Crisis),즉 위기 극복의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AC 원년의 트렌드를 잡으려면 위기 이전에 갖고 있던 제도와 기준,심지어 인식까지 '모든 것을 버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위기 이후 세계경제질서는 '차이메리카' 시대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미국의 합성어인 차이메리카(Chimerica)는 갈등도 많지만 서로 생명줄을 쥐고 있어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인 새로운 공생관계를 의미한다. 그 이후에 미국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나'가 재현될지 아니면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 시대가 도래할 것인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경제질서가 변하면 중심국도 변하게 마련이다. 특히 2010년에는 기존의 '브릭스(BRICs)'에서 '비시스(BICIs)'가 뜰 것이란 예상이 눈에 띈다. 비시스란 브릭스 4개국(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가운데 갈수록 정쟁이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가 빠지고 대신 부존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가 새로 가세된 용어다. 비시스 4개국 가운데 3개국이 아시아 국가라는 점도 주목된다.
유럽을 다시 봐야 한다는 주문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올 12월부터 리스본 협약이 정식 발효됨에 따라 유로화로 상징되는 경제 통합에 이어 정치적으로도 하나의 '유럽합중국'이 탄생됐다. 이를 계기로 내년부터는 통합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유럽이 부활한다면 이 지역에서 통용되는 유로화 가치도 강세가 돼 중심통화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주력 산업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올해는 '주력산업의 카오스(혼돈) 시대'라고 부를 수 있는 과도기를 겪었으나 내년에는 녹색산업이 확실히 부각되는 '녹색혁명'이 불 것으로 일부 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녹색산업과 함께 정보기술(IT),방송과 같은 통합 · 융합산업이 유망할 것으로 보는 기관이 의외로 많다.
각국의 경제구조도 대폭 개편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경제구조 정책을 수출에서 내수 위주로 마치 유행처럼 모든 국가들이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한 나라의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글로벌
환경에 전적으로 좌우되는 이른바 '싱가포르 쇼크'로 대변되는 단점이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욱 급진전될 것으로 보이는 글로벌 시대에 특정국이 경제 독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경제 규모에 관계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내수시장을 가져야 한다. 특히 허쉬만의 전 · 후방 연관효과가 높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주력하는 경제운용 방침은 투자자 입장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관효과란 특정 사업을 추진할 경우 다른 사업의 부가가치나
고용창출 등에서 기여하는 정도를 말한다.
모든 것이 변하는 만큼 내년에 유행할 화두도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부도' '
파산' 'CDS 프리미엄' '양적완화' 등이 가장 많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만큼 위기 극복 과정이 긴박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내년에는 '
임팩트 효과',중국어로 모순이라는 의미의 '마오둔',모든 것을 모바일로 무장해야 한다는 '증강현실' 등이 유행할 것이란 예상이다.
기업인들은 '임팩트 효과'를 추구하는 기업이 부각될 것이란 전망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론대로 너무 이윤만 추구했던 것이 오히려 도덕적 해이와
금융위기를 발생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반성에 따라 앞으로는 이윤과 함께 기부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임팩트 효과'의 핵심이다. 한마디로 기업은 이윤만 추구하는 냉혈적인 경제주체가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사람 사이에 울고 웃고 부딪쳐야 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위기 후 증시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증권사들이 내놓는 내년 증시 전망을 보면 올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새로운 질서와 주력산업이 재편되는 과정을 보면 의외로 큰 '장(場)'이 섰다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시기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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