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위안화 절상·금리인상 겹치면 외국자금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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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이후 주춤했던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이 캐나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재차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 확대 속에 위안화 가치는 절상되지 않고 오히려 절하돼 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미 의회가 법제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의 태도가 유연해졌다. 지난 2년간 유지해 왔던 달러 페그제를 포기할 뜻을 비쳤다. 한 나라의 통화가치가 적정 수준보다 낮게 유지되면 이웃 국가에 피해를 미친다는 '근립 궁핍화 이론'대로라면 위안화 가치는 약 25% 절상돼야 한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여파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되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위안화 절상을 수용할 여지는 줄어들고 있다.
주요 국제금융사들이 위안화가 절상되더라도 그 폭이 매년 3~5%에 그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그동안 미온적 입장을 보였던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향적인 자세로 바뀌면서 금리인상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금리인상을 점치는 분위기다. 일단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그 속도가 빨라져 올해 안에 최소한 두 단계는 올라갈 것이라는 시각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기준금리 2%는 인플레이션과 잠재성장률을 기초로 적정금리를 파악하는 '테일러 준칙' 등을 통해 얻는 결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향후 물가상승 압력을 알 수 있는 '오쿤의 법칙'(Okun's Rule)에 따른 국내총생산 갭(GDP gap · 실제 성장률-잠재성장률)도 이미 1분기에 인플레 갭이 발생했다. 기준금리 변경 시 중요시하는 통화 유통 속도도 빠르게 회복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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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수출 구조상 위안화 가치가 절상되면 원화 가치는 동반 절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자승법 등으로 위안화와 원화 간 동조화 계수를 구하면 0.57로 추정된다. 이는 위안화 가치가 1% 절상되면 원화가치는 0.57%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환율 수준을 기준으로 올해 안에 위안화 가치가 3% 절상되면 원화가치는 20원 정도 오른다는 의미다. 이 경우 우리의 수출과 경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통계기법상 요인 분석을 통해 한국 수출을 가격(환율) 효과와 소득(세계경기) 효과로 나눠 보면 후자가 약 70%를 좌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경기회복만 지속된다면 위안화 절상에 따라 원화 가치가 오르더라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수출 구조다.
외국인들이 위안화 절상시 한국증시의 매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는 것도 이런 분석에 근거한 것이다. 수출과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다면 원화 가치 상승으로 환차익이 더 기대되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예기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때마다 외국인 자금이 곧바로 유출되는 이른바 '서든 스톱' 우려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물론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안화 절상 시 외국인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다. 중국 근로자들의 높은 임금 인상 요구와 현지금융 금리 상승,토지사용권 환수,세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내 한국기업들은 위안화 절상까지 겹치면 5중고를 겪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미 한계 상황에 도달한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은 현지에서 서비스 쪽으로 업종을 전환하거나 미얀마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이른바 '화전민식 글로벌 경영'을 추진하기 시작한 지 오래됐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이런 움직임이 더 빨라지고,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국제 미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위안화 절상과 함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원화 환율은 추가적으로 하락(원화가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위안화 절상과 비슷한 폭으로 원화 환율에 미치는 것으로 나온다. 주가수익비율(PER) 등으로 본 한국증시는 저평가돼 있는 상태다. 하반기에도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상춘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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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6-20 17:52 / 수정: 2010-06-2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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