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월가가 주목하는 `마라도나 효과`와 `버핏 신드롬`
월가에선 이럴 때 '마라도나 효과'가 절실하다고 한다. 마라도나 효과란 펠레와 함께 월드컵 영웅으로 추앙받는 마라도나에 대한 믿음이 워낙 강해 수비수가 미리 예측해 행동하면 다른 쪽에 공간이 생겨 정작 골을 넣기가 쉬웠다는 데서 비롯된 용어다. 이를 현 상황에 적용하면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시장과 정책 수용층이 알아서 행동하게 만들면 당면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마라도나 효과는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월가에서 이번 위기를 거치며 확산되고 있는 '버핏 신드롬'과 '소로스 퇴조론'을 곰곰이 따져보면 그 답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부자가 되려는 모든 사람들은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를 꿈꾼다. 그만큼 세계 금융시장에서 두 사람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가는 사뭇 다르다. 버핏은 '오마하의 현인'이란 칭송과 함께 누구에게나 거부 반응이 없다. 이웃 아저씨와 같은 인상이다. 반면 소로스는 '냉혈인간'이란 비판에서 볼 수 있듯 다가가기 힘든 사람으로 비쳐진다.
돈에 대한 관념도 다르다. 버핏은 부모세대부터 돈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하나의 도구로 여겨왔다. 돈을 벌거나 쓰는 데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반면 소로스는 돈이 주는 다양한 이점보다 돈 그 자체를 버는 데 우선 순위를 둔 것처럼 비쳐져 왔다. 돈에 대한 관념은 일상생활이나 투자방법,부자가 된 이후 돈을 어떻게 쓰는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선 일상생활에 있어 버핏은 고루하게 느껴질 정도의 오래된 뿔테 안경과 20년 이상 된 캠리 자동차,오마하의 작은 집이 그 모든 것을 말해준다. 버핏만큼은 못해도 소로스도 일상생활에선 검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소한 것은 이들 두 사람뿐 아니라 모든 '슈퍼 리치'들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다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버핏과 다른 점이다. 두 사람은 돈을 버는 방법에서도 차이가 크다. 돈에 대해 여유가 있는 버핏은 돈을 버는 데 조급해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비정상적이고 이기적인 방법을 가능한 한 피한다. 이 때문에 단기적 투기가 아니라 중장기적 안목에서 투자가 가능해진다. 그때그때 시장흐름보다 큰 추세를 중시해 투자에 피로도 적다. 이 점에서 소로스는 상당히 다르다. 장기 투자보다는 초단기적 투기를 더 선호한다. 소로스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1990년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주식과 각국 통화를 사고판 적이 많다. 투기 행위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시장에 순응하기보다 교란시켜야 한다. 소로스는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 등의 시장주도력을 십분 활용해 1990년대 초 유럽 통화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통화를 흔들어 궁극적으로 위기로 몰아넣었다. 최근에는 유럽 재정위기로 약세가 예상되는 유로에 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자가 된 이후에도 두 사람이 걷는 길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버핏은 평생 번 돈을 대부분 사회에 환원해 '박애주의자'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자녀들에 대한 상속도 인색하다. 너무 많은 상속은 자녀들의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망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반면 소로스는 아직 베일에 숨겨져 있다. 이 모든 것이 같은 부자라 하더라도 두 사람이 다른 평가를 받는 이유다. 나이가 들수록 버핏은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와 행선지,보유종목 등은 세계인의 관심을 끈다. 최소한 민간에서는 세계경제 대통령으로까지 불린다. 기본에 충실하고 남을 배려해 신뢰가 쌓이면 최종 목표 달성이 쉬워지고 평가도 높아진다는 것이 '버핏 신드롬'과 '마라도나 효과'의 실체다. 최근 월가에서 인위적인 정책수단으로 풀기 어려운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책당국자들에게 이 신드롬과 효과가 절실하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위안화 절상·금리인상 겹치면 외국자금 향방은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경기ㆍ재정 둘 다 살려라" 세계 각국 묘안은…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재테크 혼돈기 '소피아·와타나베 부인' 왜 뜨나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재테크 '카오스' 시대…돌파구 어디서 찾을까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유럽발 주가 하락…藥인가, 毒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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