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외환시장 `3대 미스터리`…금리인상으로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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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미스터리는 원화와 엔화 위안화 등 인접국 통화가 경제 실상과 따로 노는 현상이다. 지난 주말 금리인상으로 원 · 달러 환율이 1196원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연초 예측기관들이 대부분 1050원 안팎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에 비해선 여전히 100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난 상반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7.2%로 추정되는 가운데 상품수지 흑자도 195억달러를 기록,이미 예측기관들의 연간 예상치를 웃돌았다. 한마디로 고성장과 대규모 무역흑자로 대변되는 '한국판 골디락스'에 해당하는 경제성과다. 같은 기간 중 미국의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원 · 달러 환율은 이미 1050원 안팎으로 내렸어야 한다.
엔화가치는 달러당 88엔대로 초강세다. 경기회복 부진이 지속되고 간 나오토 정부가 '엔저'(고환율) 정책을 표방하는 가운데도 엔화가 강세여서 그 배경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위안화도 예상만큼 절상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절상 압력이 누적된 점을 감안하면 달러 페그제 포기 이후 일시적으로 절상폭이 클 것으로 봤지만 지금까지 움직임은 달러당 6.28위안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미스터리는 동일한 사건이 발생해도 한국과 인접국 통화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자산 손실로 증거금 부족(마진 콜) 사태에 직면한 유럽 금융회사들이 자금 회수(디레버리지) 대상국으로 경제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한국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유럽 재정위기는 국내 외환시장에선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유럽 위기는 경제여건이 한국보다 더 어려운 일본에는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 위기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자 엔화가 상대적으로 안전통화로 부각되면서 해외에 투자된 엔 캐리 자금이 일본으로 환류되는 것이 주요인이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원 · 달러 환율보다 원 · 엔 등 이종통화 환율의 변동폭이 더 심해 수출입 결제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과연 예측기관의 예상대로 환율이 움직일 것인가도 미스터리다. 상반기에 나타난 상황을 종합해 보면 원화가치는 올라야 한다. 대부분 예측기관들이 하반기에는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 안팎으로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종전 예상치를 유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대로 엔화가치는 떨어져야 맞다. 예상이 엇갈리고 있지만 최근 로이터가 국제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올 연말에는 엔 · 달러 환율이 평균 95엔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조사됐다. 위안화가치도 연내 3% 정도 절상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반기 이런 전망은 연초 예측기관들의 예상과 비슷하다. 하지만 상반기 환율 움직임은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연초 전망을 믿고 외환을 관리해 온 기업(특히 수입기업)들이 큰 고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예측기관들의 전망을 그대로 수용하긴 어렵다는 게 기업 외환담당자들의 솔직한 호소다.
모든 가격 변수는 경제 실상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 환율은 더욱 그래야 한다. 환율 예측이 가능해야 외환시장의 미스터리가 풀리고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겪는 혼선과 고통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실상과 통화가치가 따로 놀 때 국가별로 달라지는 영향을 방지해 예측기관들의 예측력을 높이려면 이런 현상을 낳는 '노이즈' 현상을 줄여야 한다. 대표적으로 외국자금 유출 · 입에 따라 경제여건과 관계없이 움직이는 환율 변동을 줄이기 위해 취해진 국내 외환당국의 선물환 한도규제 조치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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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를 계기로 외환시장의 '3대 미스터리'가 풀린다면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초여건이 좋은 상황에서 환율 등이 이를 제대로 반영한다면 외국인이 선호하는 투자여건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객원 논설위원 schs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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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7-11 16:03 / 수정: 2010-07-1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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