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외국인 자금 `한국 경제 연착륙`에 베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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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 차가 있지만 국내 예측기관들이 수정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평균 5.6% 수준이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각각 5.9%,5.8%로 비교적 큰 폭으로 올려 잡았다.
민간 예측기관들도 5.5% 내외로 내다봐 통상 각종 예측시 정부기관에 비해 신중하게 보는 관행을 감안할 때 성장률 면에서는 견해 차가 없어 보인다.
해외 예측기관들은 더 낙관적으로 수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전망 때 4.5%에서 이번에 5.7%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즈 등 일부 국제 금융회사들은 6%대 초반까지 내다봤다. 한국은 올해 성장률 면에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예측은 상반기 실적이 워낙 좋았던 데다,일등공신인 수출 증가세가 하반기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란 근거에서다. 다른 국가와 달리 4월 이후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고용 사정도 하반기 이후에는 소비 증가로 연결돼 성장 기여도를 높일 것이란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높을수록 좋다는 경제발전 단계 초기나 위기 극복 초반부의 선입견에서 보면 올해 한국경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경제발전 단계와 위기 극복 정도가 올라가면 갈수록 거시경제 면에서 보면 성장과 함께 물가와 고용,대외수지 같은 다른 정책목표 간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준금리 인상도 이런 각도에서 봐야 한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금리를 올린 직후부터 우리 내부에서는 경기논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불붙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어 그 실체에 대해 투자자를 비롯한 일반 국민들의 궁금증이 더 높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기관별로 입장 차를 보이는 것은 하반기 예상되는 4%대 성장의 의미와 금리 인상 효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올 하반기 '4%대 성장'은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견실하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입장이다. 기준금리 인상도 최근처럼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제로(0)' 수준으로 떨어져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진 상황에서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민간 예측기관들은 상반기 7%대에서 하반기 4%대로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에서 금리까지 인상한다면 경기 둔화를 가속시킬 우려가 있다고 반박한다. 일부 민간기관은 경기 회복 후 재침체를 의미하는 '더블딥'과 성장률이 잠재수준 밑으로 떨어지는 '경착륙(hard landing)'까지 우려한다.
통화정책의 전달 경로상 시차를 감안해 성장 전망치가 잠재수준을 웃돈다면 금리 인상과 같은 긴축 수단을 동원해 경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활주로(잠재성장률)에 떠 있는 비행기(실제 혹은 예상 성장률)를 조종사(정책당국)가 승객(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연착륙(soft landing)'시킬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최근 경기 논쟁을 벌이는 두 주체가 연착륙 달성에 최종 목표를 둔다면 모두 일리가 있고 건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논쟁의 결론대로 금리를 올릴 경우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기 때문이다. 최근 둔화 우려가 제기된 G2(미국 · 중국) 경기문제도 연착륙만 달성한다면 문제는 없다.
증시 입장에서는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이 반드시 악재만은 아니다. 오히려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경기 과열에 따른 투자 위험까지 줄여 주가가 의외로 오르는 게 정형화된 사실이다. 2004년 6월 이후 미국이 경제 연착륙을 목표로 금리를 인상해 나간 이후 증시 등 자산시장의 황금시대가 전개됐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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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금리 인상 이후 벌어지는 경기논쟁은 연착륙 달성에 모아져야 한다. 분명한 것은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정당화하거나,민간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더 받아내기 위한 도구로 악용한다면 경기는 더블딥(혹은 경착륙)에 빠져 주가와 부동산 값이 급락하고 투자자와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 고통이 크게 올라갈 것이란 점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s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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