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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꽃 - 장옥관

눌재상주사랑 2016. 5. 12. 18:43

붉은 꽃

 

장옥관

 

거짓말 할 때 코를 문지르는 사람이 있다. 난생 처음 키스를 하고 난 뒤 딸꾹질하는 여학생도 있다.

비언어적 누설이다.

겹겹 밀봉해도 새어나오는 김치냄새처럼 도무지 잠글 수 없는 것, 몸이 흘리는 말이다.

누이가 쑤셔 박은 농짝 뒤 어둠, 이사할 때 무명천에 핀 검붉은 꽃,

몽정한 아들 팬티를 쪼그리고 앉아 손빨래하는 어머니의 차가운 손등

개꼬리는 맹렬히 흔들리고 있다.

핏물 노을 밭에서 흔들리는 수크령,

대지가 흘리는 비언어적 누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