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이야기` 저자 포사다 인터뷰]
"당장 팔아치우기 보다 고객 마음 얻는 게 `마시멜로 세일즈`"
●만난사람 ‥ 이장우 브랜드 마케팅 그룹 대표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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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의 저자 호아킴 데 포사다가 건넨 명함은 색달랐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100만달러 지폐를 내밀었다.
지폐 뒤에는 '100만달러짜리 발상을 얻고 싶다면 호아킴 데 포사다 박사에게 전화하라'(For Million Dollar Ideas Call Dr.Joachim De Posada)라는 문구와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이 기발한 명함을 10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는 그는 "명함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마케팅 도구"라면서 "사람들은 돈을 원하기 때문에 지폐 모양의 내 명함을 잘 보관하게 되고 이런 명함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창의적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와 함께 일하고 싶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기계발 전문가이자 세계적인 기업들의 영업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있는 포사다를 독서 경영의 대가인 이장우 '이장우 브랜드 마케팅 그룹' 대표 코치가 3일 만났다. 포사다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 CEO들의 대처법을 알려주고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 등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이장우 대표=한국에 온 소감이 어떤가.
▲호아킴 데 포사다=이번이 첫번째 한국 방문이다. 《마시멜로 이야기》의 베스트셀러 순위가 5위,4위,3위,2위,1위로 뛰어오르고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순위에 머무르는 걸 보며 매우 놀랐다. 그동안 한국 독자들에게 많은 메일을 받았다. 영어로 메일을 보내준 독자 중에는 6세 어린이도 있었다. 한국은 마시멜로 원칙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깨달은 나라다.
▲이장우=한국은 중국,러시아,일본 등 강대국들에게 둘러싸인 악조건에서도 살아남았고,과거에는 매우 가난했으나 지금은 GDP 규모로 세계에서 13번째일 만큼 성장했다. 이런 한국인들이 당신의 책에서 영감을 얻거나 책을 멘토로 삼고 싶어하기 때문에 《마시멜로 이야기》가 그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포사다=한국은 놀라운 나라다.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불굴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비록 천연 자원은 없지만 사람이라는 대단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 아닌가.
▲이장우=당신이 왜 마시멜로를 책의 핵심 개념으로 삼았는지 궁금하다. 캔디도 있고 초콜릿도 있는데 말이다.
▲포사다=마시멜로는 아이들이 매우 좋아하고 원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미국에서 마시멜로와 관련된 실험이 있었다. 심리학자는 아동 600명에게 "마시멜로를 15분 동안 먹지 않고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더 받을 수 있지만,먹어버리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고 방을 나섰다. 아이들 대부분이 15분을 견디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어버렸다. 하지만 일부는 필사적으로 눈을 가리기도 하고 마시멜로에 손은 대지 않고 냄새만 맡으면서 버티는 데 성공했다. 겨우 네살이었던 이들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인 자기 억제(self-discipline)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50년 후에 그들을 추적해보니 마시멜로의 유혹을 물리친 아이들은 모두 성공한 어른이 되어 있었다. 이로써 자기 억제가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 밝혀졌다. 남미의 콜롬비아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어린이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하지만 마시멜로 말고 다른 간식으로 바꿔야 할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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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사다=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 일단 CEO들은 쓸데없는 분야에 자금을 낭비하지 말고 회사를 건강하게 운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직원들의 강점을 찾아내 육성 · 활용하는 일도 필요하다. 이들의 능력은 생산성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또 이런 시기에 CEO가 보여줘야 하는 건 데몬스트레이션 리더십(demonstration leadership)이다. 상황이 나쁠수록 리더가 바른 방향을 보여주고 인도해야 조직원들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장우=한국의 CEO들에게 중점적으로 알려주고 싶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포사다=경제 위기 국면에서도 CEO들은 긍정적인 비전을 찾아내고 긍정적인 동력을 유지하는 '첫번째 사람'이 돼야 한다. 전체를 조망하면서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 아무리 경제 상황이 심각하고 부정적인 전망이 난무한다 해도 항상 기업이 시장에서 지위를 굳힐 수 있는 기회는 있게 마련이다. 경제 위기에 기업들 대부분은 위축되고 일부 는 진행하던 사업을 포기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뛰어난 기업은 이런 상황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간다. CEO는 흐름을 선도해야 하는 존재다.
▲이장우=잡 셰어링이 요즘 한국 기업의 화두다. 한국의 많은 회사들이 잡 셰어링에 참여하고 있다.
▲포사다=매우 영리한 발상이다. 100%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푸에르토리코에서 일자리 15만개를 줄여야 할 상황인데,나는 이에 대해 사람들을 해고하는 대신 노동시간을 하루에 4시간 정도 줄여서라도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자리를 줄인다면 상당한 부작용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이장우=하지만 잡 셰어링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월급 삭감 때문에 나중에는 모두가 불만족할 거라는 이유 때문이다.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포사다=물론 그런 위험성은 있다. 하지만 어떤 결정도 완벽할 수 없다. 월급이 삭감되는 대신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인권적인 관점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굶주리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없는 처지에 몰리는 상황보다는 낫지 않을까.
▲이장우='마시멜로 원칙'을 세일즈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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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원칙을 세일즈에 맞게 바꿔본다면 '당신의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전까지 기다려라'(Wait until you find exactly what your client wants or needs)다. 판매자는 빨리 '팔아치우기'를 원하지만 고객은 확신을 원한다. 보통 상점에서 고객이 "A상품을 원한다"고 하면 점원은 "그 상품은 여기 있다"고 말하고 끝낸다. 이건 점원이 마시멜로를 먹어버린 거다.
하지만 A상품을 찾는 고객에게 점원이 "왜 A상품을 원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고객의 요구를 자세히 파악한 다음 그 고객에게 더 적합한 물건을 찾아내 준다면 어떨까. 질문 하나가 큰 수익을 가져오느냐 작은 수익으로 그치느냐 하는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제록스의 예를 들어 보면 한때 세계 시장 77%를 점유하다가 13%까지 떨어진 적이 있었다. 사실 이전에는 제록스가 여러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경쟁자가 없었으나 특허 만기가 되자 일본의 캐논 등 세계 곳곳에서 경쟁자들이 나타났다. 경쟁자들이 고객의 요구에 맞춰 콤팩트 사이즈를 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제록스는 후퇴하기만 했다.
결국 제록스는 마케팅 전략을 바꾸고 세일즈맨들에게 많은 투자를 하고 고객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요구를 파악하도록 교육했다. 세일즈에서도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시멜로를 너무 빨리 먹어버리면 안된다.
정리=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입력: 2009-03-03 17:55 / 수정: 2009-03-0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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