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도요타의 적자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3월 말로 끝나는 2008 회계연도에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타격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 아니냐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도요타도 별 수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는데 정작 도요타 스스로는 이번 적자를 어떻게 보는 것일까. 내부에서 조금씩 흘러나오는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세계적인 경기침체 탓만 하는 게 아니다. 자신들이 언제부터인가 고객,비용과 가격 등 기본적인 것들보다는 '기술적 향연'에 몰입하고 말았다는 자기반성이 나오는가 하면,기존 경영진의 독선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공장을 어디에 지어야 할지와 같은 장기적 사항을 지난날 엔저라는 단기적 환율 흐름을 보고 쉽게 결정해 버린 것도 잘못이란 평가도 있다. 그러면서 이제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것을 보면 도요타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사실 도요타 내부에서 이번 적자를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미국발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침체 탓으로 돌린다고 해도 밖에서 시비를 걸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외부적 요인으로만 돌리지 않고 반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면 창업가문의 직계를 새로운 최고경영자로 내세우는 데 따른 명분쌓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너무 좁은 해석일 것같다. 적자가 커지더라도 차제에 조금이라도 잘못된 것이거나 앞으로 부담이 될 것은 다 털고 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도요타 내부를 잘 아는 이는 오너 가문이 경영에 나설 때 도요타는 그런 기회로 활용해 왔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이를 통해 새로운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런 의도라면 도요타의 적자를 단순히 경기침체로 인한 것이라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보면 도요타는 적자로 인해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절묘하게 피해가는 측면도 있다. 도요타의 적자규모가 큰 것은 그만큼 세계시장을 많이 점유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단적으로 미국에서 매출액이 크게 줄어든 것도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그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미국이 지금 같은 경기침체를 겪고 있을 때 도요타가 승승장구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바이아메리칸의 타깃이 되기에 딱 좋다. 그러나 매출액이 급감하면서 타격을 받는 모습은 도요타를 그런 타깃에서 비켜나게 만들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 · 미 FTA(자유무역협정)와 관련해 한국자동차를 들먹이고 있지만 시장점유율 하나만 따져도 더 큰 문제는 일본자동차라는 건 미국인들이 더 잘 안다. 그러나 미국이 그것에 비례해 일본자동차를 공격하고 있지는 않다. 생각해 보면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어쩌면 그것은 일본자동차 공장이 미 전역에 걸쳐 있다시피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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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04 17:40 / 수정: 2009-03-0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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