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금융위기 재연에 미국경제 `5대 함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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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리먼 사태 이후 약 2개월 동안 지속됐던 1차 금융위기에 이은 2차 위기다. 현재 위기 조짐은 진원지별로 △동유럽 통화위기 △러시아 제2 모라토리움(국가채무 불이행) △아이슬란드 및 아일랜드 국가 부도 등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으나 미국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2차 위기가 올 경우 파장이 어떤 형태로 얼마나 크게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각각 1차와 2차 위기의 주 원인인 투자은행과 시중은행에 대해 거래형태,글로벌 투자비중,금융감독 수준 등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이론적으로는 레버리지(자금차입) 비율과 글로벌 투자 비중이 높고 감독이 소홀할수록 위기 강도와 한국 등 역외국에 미치는 파장이 크게 나타난다.
1차 위기의 주역인 미국 투자은행은 고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레버리지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투자가 선진국보다 이머징 마켓에 집중됐다. 또 고도의 파생 기법을 동원했기 때문에 감독기관이 쫓아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1차 위기 때는 그 강도가 컸고 파장도 당사국인 미국보다 한국 등 역외국에 집중되는 '나비 효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2차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시중은행은 투자은행에 비해 레버리지 비율과 글로벌 투자 비중이 낮고 일거수일투족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철저한 감독 하에 놓여 왔다. 앞으로 2차 위기가 발생하면 그 강도는 1차 위기 때보다 적고 파장도 역외국보다 미국 내로 수렴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금융위기 재연 우려가 제기된 이후 미국 주가가 1차 위기 때보다 더 떨어지고 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미국 경제가 이런 국면으로 치달을 것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은 1990년대 일본이 겪었던 부동산 버블붕괴→정책대응 미숙→자국통화 강세 등의 경로와 비슷하기 때문에 '잃어버린 10년' 가능성이 힘을 얻어가는 상황이다.
이미 미국의 경제는 공식적으로 불황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지난해 3분기 -0.5%,4분기 -6.2%의 성장률을 비교할 때 경기 하강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경기 하강 속도가 경제주체들이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면 그 나라 경제는 경제주체들이 살아 있어도 죽은 시체와 같은 '좀비 국면'으로 변한다.
경제가 이런 좀비 국면에 놓이면 경기 회복과 시스템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어떤 정책도 의도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정책당국이 '정책함정' '유동성 함정' '구조조정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경제주체들은 미래를 더 불투명하게 느끼는 '불확실성 함정'에 빠지면서 빚만 늘어나는 또 다른 '빚의 함정'에 놓인다. 이른바 '5대 함정' 논란으로 이 상황에 처하면 미국 경제 회복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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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선택은 미국 국민들의 손으로 넘어왔다. 2차 금융위기가 우려되는 최악의 상황에 당면해서도 국민들이 계속해서 좀비 상황에 머문다면 미국 경제는 '잃어버린 10년'을 겪게 되고 이어 실물경기 침체가 금융위기로 전염되는 3차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국민들이 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한다면 하찮게 보이는 긍정의 힘이 의외로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처럼 미국 경제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입력: 2009-03-01 18:06 / 수정: 2009-03-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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