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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여성] 요셉 마리 비앵 -사랑을 파는 상인18세기 유럽의 매춘 현장

눌재상주사랑 2009. 5. 24. 00:08
[명화 속 여성] 요셉 마리 비앵 -사랑을 파는 상인
18세기 유럽의 매춘 현장 빗댄 ‘쾌락을 파는 상인’
관련이슈 : 명화 속 여성
  • 요셉 마리 비앵. 비교적 생소한 이름이지만, 신고전주의의 대가인 다비드의 스승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는 세상과 인간의 삶을 지나치게 화려하고 이상적으로 ‘치장’했던 로코코미술저항하는 의미로 고대로의 복귀를 시도한 선구자로 평가된다.

    비앵의 작품은 색감과 인물의 표정이 어두워 ‘무미건조하다’는 비평도 있었으나, 철학자이자 문필가인 디드로 등이 ‘지나친 기교로 타락해버린 궁정미술에 대항하는 진실한 반란군’이라며 격찬을 아끼지 않은 데 힘입어 출품 당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비앵의 ‘사랑을 파는 상인’은 작품이 당시 유럽에서 성행하던 성매매 현장을 적절한 은유를 통해 보여주었기에 찬사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18세기 유럽은 후기 산업사회가 막을 내리고 초기 자본주의사회의 면모가 형성되던 시기로, 부르주아 계급이 출현하고, 산업화를 통해 물질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생산되어 모든 것을 돈으로 사고팔려는 배금주의가 확산되고 있었다. 또한, 엄격한 청교도주의가 지배했던 과거에 비해 성(性)적 규제가 완화돼 지배계급이 혼외 관계를 일상적으로 갖기 시작했고, 많은 귀족들이 정부(情婦)를 두었으며, 동성애까지 부분적으로 용인되기도 했다. 그러므로 권력과 부를 가진 지배계층(남성)에 성을 상납한 약자(여성)에게 금품이 주어졌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성(性)이 산업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아, 인간의 본질적 욕구와 자본이 얽혀 쉽게 끊을 수 없는 욕망의 수레바퀴가 형성된 시기였던 것이다.

    성매매 혹은 매춘을 일컬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 한다. 동물들은 종족번식이 목적이지만, 자칭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종족보존도, 사랑도 아닌 육체의 쾌락만을 좇기 위해 시장에 자신을 내놓는다. 구매자도, 판매자도 거래과정에서 인격이나 미덕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그저 ‘거래’할 뿐이다.

    얼마 전, 공중파 방송에 ‘텐프로 아가씨’가 출연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낮에는 대학생, 밤에는 유흥업소출퇴근하던 여성으로, 빼어난 미모와 말솜씨로 업계의 상위 10%(텐프로)에 든다는 이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시청률 확보를 위한 자극적 소재라는 비판은 차치하고서라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던 ‘아가씨’들의 삶을 접할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한 달 수입이 천만원 단위에 육박하고, 씀씀이 역시 크며, 숱한 남자들을 만나본 덕에 ‘이제 남자는 못 믿겠다’고 말하던 그녀의 모습은 23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황금만능주의의 어두운 면을 닮아 있었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혹자는 성매매 산업의 끈질긴 생명력 덕에 이를 근절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많은 유럽 국가들도 개방적으로 변해가는 성문화와 종사자 여성의 ‘근로’ 조건 보호를 이유로 성의 산업화를 합법화시키려 하지만, 인간의 도덕성과 양심에 따라 허용해선 안 된다는 일각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멀리 다른 나라까지 갈 것 없이, 우리네 텐프로 아가씨들의 모습을 돌이켜본다. 화려한 이중생활은 그녀가 선택한 것이지만, 과연 그녀의 말처럼 이 생활을 벗어나는 것도 그렇게 쉬울까? 엄청난 액수의 돈을 벌고 쓸 자유는 용인되지만, 망가지는 육체와 정신을 과연 그 돈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그녀들이 욕망과 물질의 노예가 되어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얽힌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필자뿐인 걸까. 부디 그녀들이 비상구 없는 삶의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 않길 바랄 뿐이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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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09.05.21 (목) 19:55, 최종수정 2009.05.21 (목)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