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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내린 목소리' 소프라노 조수미 와이드 인터뷰 2006년 아버지 장례식때도 파리무대에 서야 했어요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울음 간신히 참으며 공연했죠
◇…블랙홀 & 소프라노 노래방 점수요? 75점 나오던데요 - 팝 음악의 감동과 오페라 아리아 절정부의 감동은 같다고 생각하는가. "비록 철학적 깊이와 감정 표현의 차이는 있어도 어떤 음악을 듣고 감상자가 전율하고 경이로움을 경험했다고 하면 그 감동은 팝이든 성악이든 동질의 것이라고 본다. "
◇…성악가는 마이크 없이 온몸으로 불러야 한다
- 요즘 마이크에 의존한 성악가가 많은데 성악가는 원래 마이크의 힘을 빌리지 않고 객석을 감동시켜야 되는 것 아닌가. "맞는 말이다. 가끔 크로스오버 무대에서 관중에게 더 친숙한 느낌을 주기 위해 고성능 마이크를 이용하는 성악가도 가끔 있지만 그건 특수한 상황이고 진정한 성악가라면 마이크 힘을 빌리지 않고 4천~5천명이 운집한 공연장의 맨 뒷자리에 앉은 사람한테까지 고루 음을 보내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 곧 쉰이 되는데 이때가 되면 목 점막 탄력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콜로라투라적 묘미를 세밀하게 전달하기가 생리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내가 구사하는 벨칸토 창법은 사람이 가진 목소리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공명과 호흡에 대해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한 테크닉이다. 난 어떤 기량을 일조일석에 완성시키지 않는다. 충분히 기다리고 숙성시켜 익히려고 한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역할도 그 동안 들어온 많은 제안을 거절하고 2007년에 들어서야 도전할 수 있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등장하는 '밤의 여왕' 같은 역할이 지금도 계속 제안이 들어오지만 이젠 다른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어 응하지 않는 편이다. 요즘 호흡을 위한 근력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 예전 한 다큐멘터리 프로를 보니 공연 직후 보컬 트레이너와 함께 그날 발성법을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광경을 봤다. 상당히 감동적이었다. 지금도 보컬 매니저가 있는가. "새로운 곡을 연습할 땐 보컬 코치와 함께 연습한다. 지금은 예전부터 저와 함께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빈센초 스칼레라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 외의 연습은 혼자 하는 편이고 오케스트라와 공연이 있을 때는 지휘자와 하루 시간을 잡아 음악적인 부분을 다듬어 간다." 2004년 큰 비가 왔는데도 야외공연 감행 ◇…나에게도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 음악 인생 중 최고 위기의 순간은 언제였나. "2004년에 야외공연을 앞두고 큰 비가 와서 비를 무릅쓰고 공연을 감행했다. 감기가 심하게 걸려 한국에 선보이는 첫 오페라 무대에 못 오를 뻔 했다. 다행히 3회 공연 중 1회 공연을 마치고 나니 언제 감기가 걸렸냐는 듯 컨디션이 점점 회복됐는데 그때가 생애 최고의 위기였다."
- 성악가는 높은 사람, 가령 트로트 부르는 사람은 저급한 딴따라로 폄훼된다. 음악에 있어 고급함과 저급함의 구분이 의미있다고 보는가. "나는 서울대 성악과 재학시절 교양윤리 시간에 아이들에게 불려나가 피아노를 치며 팝송을 부르기도 했다. 음악을 저급과 고급이라는 이분법적인 잣대로 나누고 싶지 않다. 관객의 선택에 따라 선호가 달라질 뿐이지 고급과 저급을 나누는 것은 옳지 않다."
- 그 동안 밝히지 못한 조수미의 어두웠던 기억을 밝혀달라. "만 스무살에 유학을 떠나 지금껏 혼자서 많은 것들을 이루어내는 동안 가족들에겐 많이 소홀했다. 조카가 태어나거나 가족의 생일이거나 명절에 가족들과 모인 기억이 거의 없다. 또 2006년엔 아버지께서 작고하셔서 장례식을 치르는 순간임에도 파리에서 공연을 해야 했다. 그 날은 유독 아버지 생각에 노래하는 중간중간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간신히 참고 공연했다."
- 공연 중에 트로트를 부른 적이 있는가, 혹시 애창하는 트로트도 있는가. "공연 중엔 부른 적이 없고 초등학교 다닐 때 소풍 가서 장기자랑에 나가 김추자씨의 '거짓말이야'를 부르며 율동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바브라 스트라이젠드의 'Woman in love'나 머라이어 캐리의 'Hero'를 좋아하고 조용필의'친구여'도 참 인상적이다."
- 노래방에서 노래 불러봤나. "예전에 미국에서 노래방에 딱 한 번 가본 적이 있는데 성악가로서 창피한 이야기지만 바브라 스트라이젠드의 '에버 그린'을 부른 후 나왔던 노래방 점수는 75점. 나중에 알고 보니 노래방에서는 소리를 크게 내야 점수가 잘 나온다고들 하더라. ㅋ ㅋ ㅋ…."
- 은퇴에 대해 생각해 봤는가. "성악가 스스로 이 정도면 만족한다는 순간이 바로 은퇴의 순간이다. 자기 음악에 자기가 감동 못하면 무대 내려와야 된다. 뮤지션은 무대에서 끌려 내려오지 않고 스스로 무대에서 당당히 걸어 내려와야 된다. 내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 올 것이다. 그 뒤에는 연주외에 교육이나 봉사등을 통해 많은 활동을 하고 싶다."
- 이번 대구 공연의 의의는. "4년만에 만나는 러시아의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와 함께 '디바 앤 디보 시리즈'를 대구에서 맨처음 연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동안 잘 연주하지 않은 곡들을 선곡해서 95년 런던 필하모닉과 협연했던 펠리샹 다비드의 '미조리의 노래'나 다니엘 오베르의 '검은 망토'와 같은 오페라 아리아를 삽입했다. 처음으로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에 나오는 이중창에도 도전한다. 선율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이중창이다. 드미트리의 서정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표현의 목소리와 테크닉적인 저의 콜로라투라 아리아의 대비가 인상적일거다." 사진= SMI엔터테인먼트 제공
청바지 즐겨 입어 30여벌 튀긴음식 되도록 안먹어 돈은 적잖게 벌었지만 그다지 애착 갖지 않아 1991년 스페인 공연때 무려 10여차례 커튼콜
"주로 호텔에 묵는다. 컨디션 조절이 필요하기도 하고 내가 있으면 아무래도 가족들이 좀더 조심스러워지기 때문에 혼자 지내는 것이 조금 더 편하다."
"튀긴 음식은 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되도록 먹지 않고 신선한 과일이나 요거트,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히 식사를 하는 편이다. 특히 점심때는 파스타를 즐긴다. 연주 전엔 체력이 필요해서 고기에 샐러드를 곁들여 먹기도 하고 식사 후엔 카모마일과 같은 허브차를 곁들인다. 공연날엔 리허설 일정이 있어 김밥이나 샌드위치 정도만 먹는다. 대구수성아트피아 공연 때도 역시 김밥과 샌드위치, 과일 정도로 끝냈다."
"사실 그분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몇 번 없다. 하지만 친척분들이 흥에 겨워 흥얼거리는 걸 보면 그 노랫가락에 또 다른 살아가는 정겨움이 담겨있고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더다. 단순히 흥행만을 위한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성악은 늘 다른 장르와 소통될 수 있다고 본다."
"의상협찬자인 앙드레 김 선생님과 의상 콘셉트를 잡는다. 그분이 내 의도를 잘 이해하시고 늘 멋진 옷을 지어준다."
"무대에서는 화려한 드레스를 즐겨 입지만 일상복은 캐주얼하다. 청바지도 즐겨서 30여벌 갖고 있다."
"난 독실한 크리스찬이다. 나의 가장 든든한 '백'은 하나님이다. 물론 나도 어렸을 때는 부모와 내가 좋아하는 강아지, 그리고 친구 사진을 마스코트처럼 갖고 다녔지만 그게 맘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되레 울음을 유발해 감정 조절을 어렵게 한 적이 있었다."
"적잖게 벌었다. 난 돈이 사람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수단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 돈에 그다지 애착을 갖지 않는다.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가 와도 굳이 욕심 내지 않는다."
"20년이 넘게 무대에 섰지만 매번 떨린다. 기도하거나 마인드 컨트롤 한다."
- 가장 많이 커튼콜을 받은 적은. " 91년엔가 스페인의 라스 팔마스 섬 공연 때인데 한국교민들로부터 10여 차례 커튼콜을 받았다."
- 언제 화를 내는가. "준비되어야 할 사항이 준비되어 있지 않거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화를 내는 편이다. 화가 나면 직설적으로 말을 하는 편이라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사과를 받는 성격이다. 내가 잘못했거나 제 판단이 잘못되었을 땐 그 자리에서 바로 사과한다."
- 좌우명은 뭔가. "20대에는 '당당함과 오만은 다르다'였고 요즘 들어서는 '도전하는 자는 아름답다'이다."
- 후배에게 한 마디. "기다릴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너무 어린 나이에 높은 고음의 아리아나 푸치니나 베르디 같은 무거운 아리아에 욕심을 내다 보면 목을 상하기 쉽다. 목소리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의 큰 자산을 조금씩 아껴서 쓰는 것이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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