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 경기침체 종료 논쟁과 `골디락스`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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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월가의 시장참여자를 중심으로 요즘같이 유동성이 많은 상황에서 경기마저 받쳐줄 경우 증시흐름에서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골디락스' 국면에 대한 기대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경기침체 종료문제는 경제지표상으로 충분한 근거가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지표가 개선되기 시작한 지는 두 달이 넘었다. 지난달부터는 구매관리자협회지수(PMI)를 비롯한 일부 생산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원천인 주택시장도 기존 · 잠정 · 신규 주택판매건수가 일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 순환상의 위치를 보더라도 바닥을 지난 시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복합선행지수(CLI)로 보면 미국 경기는 정점을 지나 저점에 이르는 기간이 14개월로 나온다. 미국 경기가 2007년 12월부터 침체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올 3월에는 저점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앞으로 NBER가 경기침체 종료를 공식 선언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의 경우 경기침체가 끝나고 실제로 이를 공식 선언하기까지 최소 1년 반 이상 걸렸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경기침체가 과연 끝났는가를 놓고 한동안 치열한 논쟁이 전개되고 주가 움직임도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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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여 나가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다. 재정적자가 늘어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으나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먼저 우려된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다 보면 장기채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 2월 연 2% 수준으로 하락했던 미국의 10년물 장기채 금리는 4%대에 근접하고 있다.
장기채 금리가 오르면 가장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는 것이 기업의 설비투자다. 개인들도 소비보다 저축을 선호하게 된다. 이 경우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린다 하더라도 투자와 소비가 감소돼 총지출은 늘어나지 않는 이른바 '구축효과'가 발생해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경기침체 종료문제를 놓고 고민한다 하더라도 향후 경기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도 경계해야 한다. 대부분의 예측기관이 종전처럼 미국 경기가 회복할 때 'V자형'보다 완만한 'U자형'에 무게를 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악의 경우 재정적자와 같은 구조적 문제에 너무 시달리다 보면 경기 회복 후 다시 침체되는 'W자형' 국면에 빠질 수 있다.
정책 기조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경기침체 종료 논의가 이는 시점에서는 위기 이후의 상황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들은 정책 기조가 이미 '팽창'에서 '중립'으로 선회했다. 앞으로는 '부양' 또는 '팽창'보다 '속도조절'이나 '긴축'이라는 용어가 더 많이 들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현 시점은 경기회복과 '골디락스' 증시에 대한 기대보다 위기와 위기 이후 상황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경제주체들의 입장에서는 더 어려운 시기일 수 있다. 종전처럼 위기에 너무 얽매이다 보면 위기 이후 상황을 못 읽을 수 있고,너무 앞서가다 보면 위기 극복이 제대로 안 돼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 또다시 어려움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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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07 18:23 / 수정: 2009-06-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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