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소로스 이론으로 본 `증시 조정론`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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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기되는 조정론은 정책 변화와 관련됐다. 올 들어 주가를 끌어올렸던 배경에 정책요인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통화 정책면에서는 '빅 스텝'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이,재정정책면에서는 국민소득(GDP)의 5% 이상을 쏟아붓는 유수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1세기 만에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대책인 만큼 강도 높은 정책 수단들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위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실물경기 회복의 싹이 돋은 만큼 앞으로 닥칠 인플레 등의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현 시점에서는 위기 이후 경제상황을 감안한 탈출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요구대로 앞으로 정책요인이 줄어들면 증시는 조정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내외 조정론자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조정 폭에 대해서는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5% 내외로 보는 반면 국내 조정론자들은 30% 선으로 보고 있어 크게 차이가 난다. 두 견해 중 어느 쪽으로 증시가 전개될 것인지를 월가에서 주가예측 이론으로 각광받고 있는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을 토대로 살펴보자.
소로스 이론을 간단히 설명하면 어떤 국가의 경기가 금융위기 등의 요인으로 침체에 빠지면 이때 주가는 실제 경제 여건보다 더 낮게 형성된다(그림Ⅰ구간).경기침체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식을 내다팔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투자자들 사이에는 부양책 등에 대한 기대로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한다. 점차 투자심리도 '낙관' 쪽으로 옮겨오면서 주가 상승 속도가 경제여건 개선 속도보다 빠른 1차 소(小)상승기를 맞는다(Ⅱ구간).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주가 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낙관' 쪽으로 몰렸던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흐트러진다. 결국 향후 주가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얽히면서 조정 국면을 맞게 된다(Ⅲ구간).
이때 경기와 기업실적이 뒤따라오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재차 '낙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가 1차 소상승기보다 더 오르는 2차 상승 국면을 맞게 된다(Ⅳ구간). 마지막으로 어느 순간 거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동안 '낙관' 쪽으로 쏠렸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흐트러지고 주가는 다시 하락 국면을 맞는다(Ⅴ구간).
조정론의 시각을 소로스 이론에 적용해 보면 주가가 정책요인에 의해 올랐다가(그림 A지점) 위기 이후 상황을 감안한 탈출전략에 대한 우려로 현 위치(B)까지 소폭 하락했다. 더 이상 주가가 조정되지 않으려면 줄어드는 정책요인을 충분히 상쇄할 만큼 경기가 'V'자형으로 회복하든가 아니면 정책요인이 우려대로 줄어들지 않으면 가능하다.
나라별로 차이가 있지만 예측기관들이 내다보는 경기회복은 완만하게 살아나는 'U'자형이 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정책요인이 줄어들면 경기가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강했던 정책요인'과 '약해 보이는 경기회복' 간 불일치가 예상되는 과도기에서는 주가가 조정받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과연 정책요인이 한꺼번에 줄어들 수 있을지가 마지막 의문이다. 오는 24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회의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위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현 시점에서 탈출전략은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워낙 강도 있는 대책이 추진됐던 만큼 위기 이후 부작용도 크게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는 이제 막 회복의 싹이 돋는 '그린 슛' 단계에 불과하다. 이럴 때 조기금리 인상과 같은 성급한 탈출전략으로 1930년대 대공황,1980년대 초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19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 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
앞으로 주가가 30% 정도 떨어질 것이라는 국내 조정론자보다 5% 내외의 조정을 거칠 것이라는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시각이 이번에는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객원 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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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21 18:17 / 수정: 2009-06-2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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