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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속에 나는 있었던가 없었던가
모과꽃 분홍 부리로
쓸데없는 말만 흉내내다 한 생이 흘러간다
한때 떨림이라는 것이
내 깃털의 한 가지로 전해지기도 했지만
오래 묻어둔 혀를 내밀듯
아직도 사랑은 쉽게 발음되지 않는다
나 살아있는 동안
세상이 뿌리로만 더듬어가야 할
무덤 속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날아가라
나를 떠난 모든 것은 날개를 가졌다
처음부터 너를 가둔 새장은 없었다
바람의 입을 빌어
내 말이 당도했을 땐 휘휘 바람소리뿐
풍장친 무덤같이 흔적 없다고
내 안에서만 중얼대는 사랑이여!
앵무새 혹은 모란앵무는 오래전부터 사람의 애완조였다. 하지만 바람앵무는 없다. 바람의 형상으로 빚어진 앵무새이니 애초부터 그건 바람처럼 유전해온 전설일 뿐. 어쩌면 모란앵무는 바람앵무의 환유이겠다. 모란앵무는 실존의 새, 바람앵무는 실존하진 않으나 앵무새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말만 흉내’내는 품새로 보아 모란앵무 또한 바람앵무처럼 허망한 생을 보내는 것인지 모른다. 모란앵무의 의무처럼 보이는 ‘사랑’의 발음이 쉽지 않은 것이니 모란앵무는 바람앵무처럼 “내 안에서만 중얼대는 사랑”으로 탄식의 한 생을 보내는 것인지 모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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