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실현 가능성 낮은 월街의 `3대 폭락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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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활발하게 거론되는 비관론이 해리 덴트의 '미국경제 대공황설'이다. '버블붐'의 저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덴트는 전후 핵심 소비계층인 베이비 붐 세대(1945~1963년 출생자)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2010년 이후 미국 경제는 장기 불황에 빠지고 다우지수는 3800선까지,부동산값은 40~60%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슷한 맥락에서 로버트 프렉터의 '미국 증시 폭락설'도 주목받는다. 월가 내 비제도권에서 차트 분석가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렉터는 장밋빛 낙관론과 신용 팽창으로 투기장이 된 미국 증시가 폭락할 것이라고 2003년부터 주장해 왔다.
좀 다른 각도이긴 하지만 주간경제지 '데일리 레커닝'의 편집장인 에디슨 위긴은 미국처럼 소득에 비해 너무 많이 소비해 빚만 늘어나는 구조에서는 달러화가 중심통화 지위를 내줄 수밖에 없는 '달러화의 제2통화 전락설'을 제기해왔다. 이번 위기로 재정 적자가 확대됨에 따라 이 설에 대한 공감대가 이미 달러화를 대체할 중심통화의 필요성이 제기될 만큼 확산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3대 폭락설은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덴트의 미국경제 대공황설은 인구통계학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으나 갈수록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개도국보다 미국의 위상을 너무 높게 본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이 때문에 와튼 스쿨의 제라미 시겔 교수 등은 2010년 이후에도 중국 인도 등의 젊은 층에 의해 미국 경제가 지탱해 나갈 수 있다는 '글로벌 해법'을 제시했다. 미국의 이민법 등을 손질해 해외 고급인력을 적극 유치하면 미국 경제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인과관계가 명확치는 않지만 프렉터의 미국 증시 폭락설은 '콘드라티예프의 파동' 등의 장기 경기변동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1920년대 러시아 경제학자 니콜라이 콘드라티예프는 철도나 전기와 같은 대발명은 50년을 주기로 나타나기 때문에 한 나라 경기도 40~60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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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위긴의 주장대로 새 통화가 달러화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 해당 통화를 믿을 수 있어야 하고,이를 바탕으로 한 외환 보유와 상품결제 비중이 늘어나야 한다. 특정 통화가 이 두 가지 조건을 갖추려면 50년 이상 걸릴 것이란 시각이 일반적이다.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했던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당시 논란이 거세졌던 위안화 중심통화론과 관련해 "내 생전에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이치다.
3대 폭락설과 같은 각종 위기설은 실제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위기설이 나돌면 경제주체들이 사전에 예방책을 강구하는 '자기 보정적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폭락설이 제기되는 근거를 따져볼 필요는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집착해 경기와 주가를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듯하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입력: 2009-07-12 17:31 / 수정: 2009-07-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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