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예술 산책] 올드 랭 사인 그리고 안타까운 이별 석별의 노래지만 가사는 "다시 만났네, 한 잔 하세" | ||||||||
꼴레오네 가문의 패권이 셋째 아들 마이클(알 파치노)에게 넘어오면서 마피아 전쟁의 승자로 떠오른다. 그는 바야흐로 최고의 보스 자리에 오른 것이다. 아내 케이(다이언 키튼)는 암흑가 보스의 아내지만, 정작 그녀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라는 남편의 말만 믿는 신혼의 순진한 아내다.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들이 남편의 집무실에 끊임없이 밀려든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집무실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케이. 안에서는 수상한 사람들이 대부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이때 부하 중 하나가 천천히 문으로 다가와 문을 닫아버린다. 숱한 살해 기도와 검은 거래, 음모 들이 문이 닫히면서 암흑에 싸인다. 모든 우려와 사랑마저 그 속에 잠겨버린다. 또 한해의 문을 닫아야 할 때가 왔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석별의 정으로 보낼 때다. 우리말에는 유독 헤어짐에 대한 단어가 많다. 이별을 알린다고 고별, 이별을 결정하는 결별, 인사를 나누고 헤어질 때는 작별, 윗사람과 헤어질 때 봉별(奉別)이라 쓰고,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을 송별, 떠나는 사람이 남은 사람에게 작별하는 것을 유별(留別)이라고 한다. 헤어지기 싫어 소맷귀를 부여잡는 이별은 소매 몌(袂)자를 써 몌별(袂別)이라고 부른다. 이별(離別)의 한자를 앞뒤로 바꿔 헤어짐을 긴 호흡의 동사형으로 한 별리(別離)까지 있으니 헤어짐을 얼마나 안타까워했는지 알 수 있다. 이별 중에 가장 애틋한 것이 석별(惜別)이다. 무미건조한 헤어짐이 아니라 한 없이 쓸쓸하고 애절한 감정이 묻어나는 단어다. ‘석별’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진 곡이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이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시인 로버트 번스가 1788년에 쓴 시가 바탕이 된 민요다. ‘올드 랭 사인’은 스코틀랜드식 영어로 현대 영어로 직역하자면 ‘아주 오래전부터’(old long since)라는 뜻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별할 때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로 한국에서는 1900년을 전후하여 애국가를 이 곡조를 따서 부르기도 했다. 연말 모임에서도 곧잘 불리는데 영화 ‘포세이돈’에서 유람선이 최후를 맞기 전 승객들이 부르는 노래가 ‘올드 랭 사인’이다. 12월 31일. 북대서양 한가운데를 항해 중인 호화 유람선 포세이돈. 20층 규모, 13개의 여객용 갑판, 800개의 객실을 갖춘 포세이돈에는 연말 파티가 한창이다. 승객들은 밴드의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연주에 맞춰 모두들 샴페인 잔을 들어 다가오는 새해를 축하하고 있다. 이 순간, 바다를 지켜보다가 이상한 조짐을 감지한 일등 항해사는 저 멀리 수평선에서 47m가 넘는 벽을 형성한 거대한 파도 '로그 웨이브'가 포세이돈을 향해 초고속으로 돌진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엄청난 파도의 힘에 의해 배는 순식간에 뒤집히고 축제를 즐기던 승객과 선원들은 파도에 휩쓸리고 만다. ‘올드 랭 사인’은 석별의 노래지만, 가사는 재회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어릴 때 함께 자란 친구를 잊어서는 안 돼. 어린 시절에는 함께 데이지를 꺾고 시냇물에서 놀았지. 그 후 오랫동안 헤어져 있다 다시 만났네. 자아, 한 잔 하세." 다시 만 날 수 있기를 빌며 헤어질 때 부르는 곡이지만, 다시 만날 수 없음을 알 때는 이 곡이 얼마나 안타까울까. 영화 ‘애수’(Waterloo Bridge. 1940년)가 그렇다. 여러 차례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로버트 E. 셔우드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로맨스 영화로, 시대를 불문하고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불후의 명작이다. 2차 대전 중 독일군의 공습 위협 속에 놓여 있던 런던의 워털루 다리를 무대로 서부 전선을 향하는 청년 장교와 발레리나의 아름답고 슬픈 사랑을 애절하고 인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비비안 리의 청순함과 로버트 테일러의 듬직하고 따스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영화다. ‘애수’의 가장 유명한 장면이 군인과 무희들이 ‘올드 랭 사인’의 멜로디에 맞춰 춤을 추는데,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한명씩 작은 등불을 끄면서 퇴장하고, 결국 어둠만 남게 된다. 앞날을 예고할 수 없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핀 사랑과 그 비극성을 극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원작은 반전의 색채가 짙었지만 마빈 르로이 감독은 주인공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애정영화로 각색했고, ‘올드 랭 사인’은 여기에 한없이 쓸쓸하고 안타까운 석별의 슬픔을 더해주었다.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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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2월 26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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