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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중의 아프리카 로망] 세계 최고 '채프먼스 피크 드라이브' 전망대봉우

눌재상주사랑 2010. 3. 12. 17:53
[이기중의 아프리카 로망] 세계 최고 '채프먼스 피크 드라이브' 전망대
봉우리가 아니라 바다로 튀어나온 ‘곶’이다.
‘폭풍의 곶’이라 불리다가
1498년 ‘희망의 곶’ 으로 바뀌었다
  • 케이프타운에 왔다면 꼭 해보아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희망봉 투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최남단 케이프 반도와 케이프타운의 상징인 희망봉이 위치한 ‘희망봉 자연보호구역’을 돌아보는 하루짜리 패키지 여행코스다. 희망봉은 케이프타운에서 가깝다는 지리적 장점에다 자연환경이 잘 보전돼 있어 해마다 40만명의 여행객이 찾는 관광명소이다.

    게스트하우스나 호텔에 머물면서 희망봉 투어를 신청하면 아침 일찍 투어를 진행하는 미니버스가 신청자의 숙소를 돌면서 손님들을 태운다. 희망봉은 자동차로 케이프타운의 시내에서 한 시간가량 걸린다. 희망봉 투어의 목적지는 케이프 반도 남단에 위치한 희망봉과 케이프 포인트이지만 여행객을 태운 미니버스는 바로 희망봉으로 가지 않는다. 가는 길에 물개나 펭귄도 본다. 필자는 젊은 여행객이 많이 모이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희망봉 투어를 신청했기 때문에 여정 중에 케이프 반도 해안가를 자전거로 달리는 하이킹 코스와 희망봉에서 케이프 포인트 정상까지 걸어 올라가는 등반 코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다른 희망봉 투어에 비해 조금 힘든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해발 249m의 케이프 포인트 정상에서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면 푸른 바다와 희망봉이 한눈에 보인다. 케이프 포인트와 희망봉은 약 2.3㎞ 떨어져 있다.
    케이프 반도의 끝이자 아프리카의 최남단으로 알려진 희망봉을 찾아가는 길은 남아공의 아름다운 풍광을 구경할 수 있는 여정이기도 하다. 케이프타운 시내를 빠져나간 미니버스는 서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대서양 해안가의 빅토리아 도로를 달린다. 20분 정도 달리면 한적한 어촌 마을인 후트 베이(Hout Bay)가 나온다. 후트 베이는 케이프 타운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산시장과 해산물 레스토랑이 있는 곳. 많은 여행객이 후트 베이를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이곳 선착장에서 물개 서식지가 있는 ‘물개 섬(Seal Island)’으로 가는 유람선이 출발하기 때문이다. 배에 올라 한동안 바다를 구경하면서 가다 보면 저 멀리 자그마한 바위섬이 보이고, 수십 마리의 물개가 바위 위에서 한가로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물개 위로는 여러 마리의 새들이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하늘을 유영한다. 여행객들은 물개의 모습이 마냥 신기한지 저마다 사진기의 셔터를 눌러대기 바쁘다.

    ◇케이프 포인트 전망대. 전망대에는 케이프 포인트를 기준으로 전 세계 주요 항구도시의 방향과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인기 있는 기념촬영 장소의 하나.
    물개 섬에서 후트 베이로 돌아와 다시 빅토리아 도로를 달리다 보면 세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라고 불리는 ‘채프먼스 피크 드라이브(Chapman’s Peak Drive)’가 나타난다. 이 도로는 말 그대로 산꼭대기에서 절벽을 둥글둥글 돌면서 달리게 돼 있다. 바로 아래는 대서양 바닷가이다. 한마디로 체프먼스 피크 드라이브는 케이프 반도의 독특한 바위산과 대서양 해안가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922년에 개통된 이 도로는 건설하는 데 무려 7년이 걸렸다고 한다. 가장 높은 곳은 해발 592m. 여행객을 실은 미니버스가 산 가장자리를 끼고 빙글빙글 돌면서 올라가다 잠시 멈춰 선다. 투어 가이드는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라고 말하면서 여행객들을 내려준다. 해발 160m에 설치된 전망대이다. ‘채프먼스 피크 드라이브’라는 팻말이 세워진 전망대에서 산 아래를 바라보니 푸른 대서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버스는 산 아래로 내려가 다시 대서양 해안가를 따라 달린다. 12시경 배가 출출해질 즈음 가이드는 여행객을 자그마한 정원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샌드위치 재료를 나무 테이블에 펼쳐 놓는다. 오랜만에 피크닉 나온 기분이다. 간단하게 점심을 마치고 나니 자전거 하이킹이다. 가이드는 여행객에게 한 명씩 헬멧과, 미니버스 뒤에 끌고 온 자전거를 나누어준다. 여행객은 저마다 들뜬 마음으로 헬멧을 쓰고 자전거에 올라 해안가를 달리기 시작한다. 날씨가 더운 탓에 계속 페달을 밟는 것이 힘들었지만 한적한 대서양 해안가를 자전거로 달리니 마음과 몸이 모두 건강해지는 것 같다. 한 시간 정도 달리고 나서 도착한 곳은 바로 희망봉. 바닷가 바로 앞에 세워진 팻말에는 ‘동경 18도 28분 26초, 남위 34도 21분 25초,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서남단’이라고 쓰여 있다. 사람들은 자전거에서 내리자마자 기념사진을 찍기 바쁘다.

    ◇아프리카 대륙의 최서남단, 희망봉. 정확히 말하자면 봉우리가 아니라 바다로 튀어나온 ‘곶’이다. 1488년 ‘폭풍의 곶’이라 불리다가 1498년 ‘희망의 곶’이란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다. 모든 여행객들이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사실 우리에게 희망봉으로 알려진 곳은 영어로 ‘케이프 오브 굿 호프(Cape of Good Hope)’이니 봉우리가 아니라 육지에서 바다로 삐죽 튀어나온 곳이다. 희망봉, 정확히 말해서 희망곶은 1488년 포르투갈인 선장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리스본에서 출발해 아프리카 대륙 서해안을 따라 남진하면서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던 중 실패하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던 중에 발견한 곳이다. 당시는 이곳의 바람과 파도가 거칠다고 해서 ‘폭풍의 곶’이라 불렸다.

    이후 1498년 바스코 다 가마가 이곳을 지나 인도로 가는 항로 개척에 성공한 후, 이를 기념해 포르투갈 왕 주앙 2세가 ‘희망의 곶’이라고 새로 이름을 붙였다. 희망봉 표시가 있는 바닷가부터 케이프 포인트 전망대까지는 산길을 걸어 올라야 한다. 대충 산 정상을 쳐다보니 족히 한 시간 정도는 걸어가야 할 것 같다. 산길에는 누구나 걷기 쉽게 나무길이 놓여 있다. 길 주변에는 핀보스와 같은 낮은 키의 관목들만 눈에 띈다. 바닷바람이 강한 탓에 내한성이 강한 식물만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걷다 보니 케이프 포인트 전망대로 올라가는 입구가 나온다. 넓은 주차장에는 관광버스가 여러 대 보인다. 우리들은 여정 중에 자전거 하이킹도 하고 등반도 했지만, 케이프 타운에서 전망대 입구까지 자동차를 이용해서 올 수 있다. 이곳부터 케이프 포인트 전망대까지는 걸어 올라 갈 수도 있고, 등반용열차를 이용하여 몇 분 만에 쉽게 올라 갈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채프먼스 피크 드라이브’의 전망대. 산 아래의 푸른 대서양을 바라보면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케이프 포인트(Cape Point)’는 말 그대로 바다 쪽으로 삐죽이 튀어나온 바위절벽이다. 이곳이 공식적으로 아프리카 대륙 동쪽의 인도양과 서쪽의 대서양이 만나는 곳이다. 케이프 포인트의 팻말에 ‘동경 18도 29분 51초, 남위 34도 21분 24초’라고 쓰여 있으니, 희망봉과 케이프 포인트를 비교하자면 희망봉이 조금 더 서남쪽에 있는 셈이다. 거리로 따진다면 케이프 포인트와 희망봉은 약 2.3㎞ 떨어져 있다. 해발 249m의 케이프 포인트 정상에는 ‘희망봉 등대’가 서 있다. 1860년 설치된 옛 등대이다.

    옛날 희망봉 부근은 뱃사람들에겐 공포의 장소였다. 가파른 바위가 많고 파도와 바람이 거친 데다 자주 짙은 안개가 발생하여 배가 난파되는 사고가 잦았기 때문이다. 결국 1911년 포르투갈의 루시타니아호가 옛 등대 바로 밑의 바위에서 좌초된 후, 1919년에 이보다 낮은 해발 87m의 디아스 포인트(Dias Point)에 새로운 등대가 만들어졌다. 케이프 포인트 전망대에서 절벽 아래를 바라보면 푸른 바다와 희망봉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전망대에는 ‘파리 9294㎞, 베를린 9575㎞, 리우데자네이루 6055㎞, 남극 6248㎞, 뉴욕 12541㎞’ 등 케이프 포인트를 기준으로 전 세계 주요 항구도시의 방향과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사실 희망봉은 남아공의 최남단이 아니다. 실제 아프리카 땅 끝은 희망봉에서 동남쪽으로 150㎞ 떨어진 ‘아굴라스 곶(Cape Agulhas)’이다. 아굴라스 곶은 ‘동경 20도 00분 09.15초, 남위 34도 50분 00초’이니 희망봉보다 아래쪽이다. 실제로 이곳이 아프리카의 최남단이지만 대부분 여행객들은 아굴라스 곶보다 희망봉을 많이 찾는다. 희망봉과 케이프 포인트를 둘러보고 케이프타운 시내로 돌아오면서 다시 케이프 반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만나니 ‘희망봉 투어’를 ‘케이프반도 투어’로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
  • 기사입력 2010.01.14 (목) 18:02, 최종수정 2010.01.15 (금)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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