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의 길 위에서 만난 쉼표] 멕시코 오아하카
산토 도밍고 교회 내부 온통 금으로 장식 ‘화려’
20100318003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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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갈래로 길게 땋은 머리를 큼지막한 엉덩이까지 늘어뜨린 채 레이스 달린 원피스를 입은 키 작은 여인들. 콧수염을 기르고 멕시코 모자를 쓴, 단단한 구릿빛의 남자들. 멕시코에서도 인디오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오아하카에 가면 그들의 뿌리 깊은 옛 삶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데, 그것은 마치 영원히 늙지 않는 인디오들의 영혼을 엿보는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오아하카에 있으면 심장이 두근댄다. 도시를 감싸고 있는 짙은 원색의 강렬한 빛깔 때문인가 싶기도 하지만, 겉모습은 어쩔 수 없이 늙어가더라도 언제나 불끈대는 인디오들의 심장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오아하카에 머무는 동안만은 그들처럼 살아보고 싶으니까.
화려하고 뜨거운 산책길
◇산토 도밍고 교회의 내부는 온통 금으로 장식되어 있어 놀라울 정도로 화려하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떠 이층 창문을 열자마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색색의 집들이 두 눈을 한 번에 사로잡더니, 북적이는 사람들의 건강한 삶이 순간 귀를 멍멍하게 했다. 그러더니 길 끝에선 인디오 여인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 화려하고 뜨거운 풍경을 보면 누구든 마치 오래전부터 살아온 사람처럼 순식간에 오아하카로 스며들게 된다.
도시의 중심 광장인 소칼로까지 가는 동안 붉고 푸른 집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마치 누가 그려놓기라도 한 듯한 풍경 속에서 많은 사람이 꽃을 팔고 사간다. 그 꽃들마저 원색 아닌 것이 없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의 빛깔이 화려해서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다.
◇멕시코의 색채를 맘껏 내뿜는 동물 목각 인형 알레브리헤.
◇길게 땋은 머리를 늘어뜨린 채 꽃을 팔고 있는 인디오 여인들을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맵고 달고 뜨거운 인디오들
오아하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풍경과 그 위로 내려앉는 기분 좋은 햇살, 몬테알반 같은 오래된 유적이 풍기는 신비로움, 색깔도 문양도 다양한 목각동물인형인 알레브리헤 같은 예술적인 민예품들, 그리고 처음 맛보는 다양하고 신기한 음식들. 이 모든 것이 오아하카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한다고. 그중에서도 여행자에게 그곳을 자극적으로 가장 오래 기억하게 하는 것은 사람 그리고 음식이 아닐까. 그래서 오아하카를 가장 깊숙하게 느끼게 해주는 곳은 누가 뭐래도 후아레스 시장이다. 이곳은 인디오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음식과 물건, 즉 이들의 문화를 직접 맛보고 만질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니 몇날 며칠이고 시장에 앉아 그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음식을 하나씩 탐미하다 보면 혀의 즐거움이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콧수염을 기른 작은 인디오 남자들은 조금쯤 수줍다. 그들은 자신의 농장에서 가져온 열매들을 내놓고 판다.
다시 시선을 사로잡는 건, 흰 끈을 돌돌 말아 놓은 듯한 덩어리를 쌓아놓고 파는 가게들이다. 한참을 들여다봐도 무엇인지 알 수가 없는데 한 여인이 뚝 떼어 먹어보라며 주는데 치즈란다. 그건 정말 쉽게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치즈 향이 강하지 않고 고소해서 매일 시장에서 퀘시오를 외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시장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몰레. 이것은 우리나라의 고추장과 비슷한 것으로 대부분의 음식에 쓰인다. 몰레의 진정한 맛을 알고 싶다면 우리 장맛을 보듯 시장에서 살짝 떠먹어 보는 것.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가득 찬다. 몰레 맛을 보는 것은 오아하카의 맛을 보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다.
그리고 거리가 어둑해지기 시작할 무렵이면 꼭 먹어봐야 할 것이 있는데, 용설란으로 만든 술 메스칼이다. 데킬라와 비슷한 술로 오아하카 지역에서 다양한 용설란을 사용해 만든 달콤한 술이다. 이토록 맵고 달고 뜨거운 음식을 먹고 사는 인디오들 속에서 여행자의 마음도 맵고 달고 뜨거워지는 곳이 바로 오아하카다.
시인·여행작가
〉〉몬테알반
◇유적지 몬테알반에서 햇살을 즐기는 여행객들.
- 기사입력 2010.03.18 (목) 21:50, 최종수정 2010.03.18 (목)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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